학대를 받다가 두 돌도 안 돼 숨진 ‘정인이’의 양모에게 검찰이 결국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양모 측은 “고의가 없었다”며 살인 혐의는 물론 아동학대 치사 혐의까지 부인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1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 ‘정인이 사건’ 첫 공판에서 양모 장모(35)씨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장씨는 당초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 치사)과 아동복지법 위반(유기·방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날 변경된 공소장은 살인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주된 범죄사실)로, 아동학대 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삼았다.
검찰은 “변경된 공소사실 요지는 지속적 학대를 당해 몸 상태가 극도로 나빠진 16개월 아이에게 강한 둔력을 행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피고인(장씨)이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복부를 강하게 밟는 등 둔력을 가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행위로 피해자는 췌장이 절단돼 600mℓ 상당의 복강 내 출혈이 발생하고 복부 손상으로 사망하는 등 (피고인이) 살해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달 장씨를 기소할 때는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장씨가 정인이를 죽이겠다는 명확한 의도를 갖고 숨지게 할 만한 위력을 가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정인이 사건의 잔혹성이 부각되고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이후 검찰은 사건을 다시 살펴본 뒤, 추가로 확보한 사망원인에 대한 전문가 의견 검토 등을 통해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날 공소장 변경을 바로 허가했다.
재판 후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살인죄 적용이) 충분히 검토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과 함께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철저한 공소유지와 엄중한 처벌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법의학자와 사망 당일 ‘쿵’ 하는 소리를 들었던 이웃 등 17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반면 장씨 측은 “일부 폭행 또는 과실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있을 수는 있지만 고의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니다”며 강하게 혐의를 부인했다. 장씨 변호인은 “그날따라 더 화가 나 평상시보다 좀 더 세게 배와 등을 때리고, 아이의 양팔을 잡아 흔들다가 가슴 수술 후유증으로 떨어뜨린 사실이 있다”면서도 “췌장이 끊어질 정도로 강한 둔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법원은 재판에 쏠린 국민적 관심과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해 이례적으로 중계 법정 2곳을 마련했다. 당첨자들은 본 법정(11석)과 중계 법정 2곳(각 20석)에서 재판을 방청했다. 방청권 경쟁률은 15.9대 1에 달했다. 수많은 시민은 법원 앞을 찾아 양부모의 엄중 처벌을 주장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7일로 잡혔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