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거액의 현금이 감쪽같이 증발한 사건이 조직적 범행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제주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 VIP 금고에 보관됐다 사라진 145억6000만원의 행방을 쫓는 경찰이 범행에 가담한 또 다른 2명의 공범을 쫓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이 사건의 주 피의자인 말레이시아 국적 자금관리 담당 임원 A(여·55)씨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30대 중국인 B씨와 또 다른 30대 C씨를 공범으로 특정하고 추적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B씨는 현재 해외로 출국했으며 C씨는 국내에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랜딩카지노 직원은 아니다.
경찰은 앞서 이달 초 사라진 145억6000만원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는 81억5000만원을 랜딩 카지노 내 VIP 금고에서 찾았다.
경찰은 이와 함께 A씨가 머문 제주시 모처 등에서도 현금 40여억원을 발견하고, 금고와 이들 장소에서 발견된 돈 120억 여원이 사라진 돈의 일부인 지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찾은 돈은 모두 5만원권 신권으로 포장돼 있었다”며 “이와 함께 이들 세 명 외에 또 다른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정해진 절차를 밟아 금고에서 돈을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145억6000만원이 보관돼 있던 VIP 금고는 A씨 명의였다.
A씨는 랜딩카지노를 운영하는 란딩엔터테인먼트의 모회사인 홍콩 란딩인터내셜널의 자금을 자신의 명의 금고에 보관해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금고 관리 규정에 따라 카지노 측 열쇠를 보관한 직원과 동행해 금고에 있었던 돈을 빼냈다.
또 사라진 돈의 일부로 추정되는 81억5000만원도 절차에 따라 A씨가 아닌 다른 VIP 고객 명의의 금고로 옮겨져 보관돼 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A씨가 자신의 금고에 보관 중이던 돈을 빼내 B씨와 C씨에게 전달, 이를 B씨와 C씨가 자신들이 관리하는 랜딩카지노 내 VIP 금고에 넣어둔 식이다.
다만 B씨와 C씨가 돈이 보관돼 있던 VIP 금고의 주인인지, VIP 금고의 단순 관리자인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 숙소였던 제주신화월드내 고급 콘도미니엄과 양즈후이 전 회장이 머물렀던 서귀포시 소재 직원연수원 등에 대해 수색을 벌여 일부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카지노 측이 당초 분실했다고 신고한 145억원이 실제 사라진 돈의 액수와 동일한지 여부에 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면서 “양 전 회장 숙소에 대한 수색 여부 등은 수사 중이어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란딩엔터테인먼트는 지난 4일 카지노에 보관 중이던 한화 현금 145억6000만원이 사라졌다며 A씨를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지난해 연말 휴가를 떠난 뒤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고 있어 경찰은 A씨가 출국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란딩인터내셔널은 지난 5일 홈페이지 내부 정보에 “4일 145억6000만원의 자금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자금 담당 직원을 찾고 있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라고 공시했다.
란딩엔터테인먼트 측은 사라진 돈이 랜딩카지노 운영자금이 아닌 본사인 란딩인터내셔널 자금으로 당장 카지노 운영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정확한 자금출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