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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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 하루 낳아주심만 못해” 용인보건소 임신선물 봉투 문구 논란

수지구 보건소 측 “2017년 태교도시 홍보용 제작…일부 남은 봉투 준 것”
경기 용인 수지구보건소가 임산부를 대상으로 배부한 ‘임신선물봉투’.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경기 용인 수지구 보건소에서 임산부에게 나눠준 ‘임신 축하 선물 봉투’가 논란이 되고 있다.

 

13일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보건소에서 임산부 등록하면 주는 선물을 담아준 봉투에 이런 글이 있어서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했다”며 사진 한장이 올라왔다.

 

사진 속 봉투에는 ‘이사주당의 삶’이라는 제목으로 “스승님의 십년 가르치심은 어머니의 열 달 기르심만 못하고, 어머니의 열 달 기르심은 아버지의 하루 낳아주심만 못하다”라고 적혀있다.

 

이는 조선시대 여성 실학자인 이사주당이 쓴 태교서 ‘태교신기’에 나오는 문구다. ‘태교신기’는 임신 중 마음을 다스리고 먹고 자는 태교 실천 방법을 담고 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여성의 희생을 강요하고, 남성 중심적인 조선시대 서적을 인용한 것이 시대착오적이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당 문구를 접한 네티즌들은 “요즘 세상에 여성이 아이 품는 열 달이 남성의 하루만 못하다는 내용이라니”, “무슨 생각으로 이런 문구를 넣었는지 황당하다” 등 부정적인 댓글을 달았다.

 

수지구 보건소 측은 논란이 된 문구에 대해 “용인시가 ‘태교도시’를 표방하던 2017년에 홍보 차원에서 만든 것”이라며 “아버지의 마음가짐을 언급해 임산부를 돌보는 마음이 중요하고 부모가 함께 태교에 힘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사용되지 않고 있는데, 최근 창고에 몇장 남아있는 봉투를 필요하다는 몇 분께 제공한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 홈페이지

앞서 지난주에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임신 정부 사이트에는 임신부를 위한 안내 지침에 가부장적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인 바 있다. 

 

서울시가 2019년 개설한 임신·출산정보센터 웹사이트에는 만삭 임신부가 해야 할 일로 남편을 위한 밑반찬 및 속옷 준비 등을 언급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육아와 가사를 여성의 의무로만 규정하고, ‘남성을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로 본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는 지난 6일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