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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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홀슈타인 킬, 최강 뮌헨 격파

2부리그 팀… 연장전 혈투 벌여
결국 승부차기 끝 ‘자이언트 킬링’
李, 네번째 키커로 나서 득점 성공
독일축구협회컵 16강행 대이변
이재성(오른쪽)을 비롯한 독일 분데스리가2 홀슈타인 킬 선수들이 14일 열린 독일 킬 홀슈타인슈타디온에서 열린 독일축구협회컵(DFB포칼) 32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바이에른 뮌헨을 꺾은 뒤 환호하고 있다. 킬=EPA연합뉴스

‘자이언트 킬링(Giant Killing)’은 하부리그에 속한 약체팀이 단판 승부에서 강호를 꺾는 대이변이 발생했을 때 쓰는 축구용어다. 14일 열린 독일축구협회컵(DFB포칼) 32강전에서 자이언트 킬링이 나왔다. 무너진 ‘거인’은 독일 프로축구의 상징과도 같은 팀인 바이에른 뮌헨. 거인을 쓰러트린 전사는 이재성(29)의 소속팀인 분데스리가2(2부리그)의 홀슈타인 킬이다.

홀슈타인 킬의 홈구장인 독일 킬 홀슈타인슈타디온에서 열린 이날 경기는 당초 뮌헨의 압도적 우세가 전망됐지만 예상밖의 전개로 진행됐다. 전반 14분 뮌헨이 세르주 나브리의 선제골로 앞서나갈 때만 해도 뮌헨의 낙승으로 경기가 끝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킬은 전반 37분 핀 바르텔스가 동점골을 터뜨리며 1-1 균형을 맞췄다.

뮌헨은 후반 2분 르로이 자네의 프리킥 득점으로 다시 한발 앞서나갔다. 하지만 킬은 추가골을 내주지 않고 마지막 가능성을 살렸고, 결국 극적인 동점골이 나왔다. 후반 추가시간 요하네스 판 덴 베르크의 크로스를 하우케 발이 헤딩슛으로 연결해 경기가 연장으로 향했다.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 지친 상태로 경기를 이어간 양 팀은 연장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했고, 경기는 끝내 승부차기까지 갔다.

승부차기도 예측불허였다. 두 팀 모두 첫 다섯명의 키커가 골을 넣어 5-5로 맞선 상황에서 뮌헨의 6번째 키커 마르크 로카의 슈팅을 킬의 골키퍼 이오아니스 겔리오스가 막아냈다. 이후 킬의 6번째 키커 바르텔스가 골그물을 흔들면서 끝내 자이언트 킬링이 완성됐다.

올 시즌 내내 킬의 최전방 공격수로 팀을 이끌었던 이재성도 이날 대이변에 한몫했다. 비록 공격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지만 선발 출전해 12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볐고, 이는 동료들의 득점에 영향을 줬다. 승부차기에서도 네 번째 키커로 나서 세계 최고 골키퍼로 꼽히는 마누엘 노이어를 상대로 깔끔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이로써 21번째 우승과 3연패를 노렸던 뮌헨은 올 시즌 DFB포칼에서 조기 퇴장했다. 뮌헨이 포칼에서 하부리그 팀에게 덜미를 잡힌 것은 2003~2004시즌 알레마니아 아헨과의 8강전 1-2 패배 이후 처음이다. 이날 킬의 승리로 DFB포칼에서 ‘코리안더비’도 완성됐다. 홀슈타인 킬은 16강전에서 다름슈타트와 만나 이재성과 백승호(24)의 맞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서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