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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朴·李 사면, 국민들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 [전문]

입력 : 2021-01-18 13:39:31
수정 : 2021-01-18 14: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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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 없이 형기 채우면 朴 87세·李 95세 출소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문제와 관련해 “국민들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솔직히 제 생각을 말씀드리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두 전임 대통령이 수감된 사실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라면서도 “재판 절차가 이제 막 끝났다. 엄청난 국정농단과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가적 폐해가 막심했고 국민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법원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대단히 엄하고 무거운 형벌을 선고했다”며 “선고가 끝나자마자 사면을 말하는 것은,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에게 그런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하물며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또 재판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사면을 요구하는 저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다만 전임 대통령을 지지하셨던 국민도 많이 있고, 그 분들 가운데는 지금 상황에 대해 매우 아파하거나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며 “그런 국민의 아픔까지 다 아우르는 사면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자는 의견은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면서도 “그에 대해서도 대전제는 국민에게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다면 사면이 통합의 방안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극심한 국론 분열이 만들어진다면 통합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통합을 해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형을 확정받으면서 지난해 11월 횡령·뇌물죄가 확정돼 재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기결수 생활을 하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31일 구속돼 지난달까지 3년9개월을 복역한 상태로 사면 없이 형기를 채우면 87세가 되는 2039년 출소한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 과정에서 복역한 약 1년을 제외한 잔여 형기는 16년가량으로 형기를 다 채우면 95세인 2036년 말 석방된다.

 

다음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문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의 일문일답 전문.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답변 내용 일부>

 

사면의 문제는 오늘 그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들 하셨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지만, 그냥 솔직히 제 생각을 말씀드리기로 했다.

 

두 분의 전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이 사실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다. 또한 두 분 모두 연세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도 있어서 아주 걱정이 많이 된다.

 

그래도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이다. 재판절차가 이제 막 끝났다. 엄청난 국정농단 그리고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정농단이나 권력형 비리로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

 

우리 국민들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 그래서 법원도 그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서 대단히 엄하고, 무거운 그런 형벌을 선고했다.

 

그런데 그 선고가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하는 것은, 저는 비록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또 재판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사면을 요구하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저 역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다만 전임 대통령을 지지하셨던 국민들도 많이 있고, 또 그분들 가운데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매우 아파하거나 안타까워하시는 분들도 많으시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국민들의 아픔까지도 다 아우르는 그런 사면을 통해서 국민통합을 이루자는 의견은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아마도 더 깊은 고민을 해야 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에 대해서도 대전제는 국민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사면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이 사면이 통합의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면을 둘러싸고 또다시 극심한 국론의 분열이 있다면, 그것은 통합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통합을 해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