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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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경제침체·트럼프탄핵’ 짊어지고… 바이든호 출범

20일 美대통령 취임식
‘단합’ 내세워 사회 통합 복안
백신 공급·경기부양책 최우선
탄핵정국, 국정동력 약화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그로 인한 기록적인 경기침체,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미국 사회의 분열이란 ‘3중고’를 안고 20일(현지시간) 출범한다. 어느 하나 만만한 과제가 없다. 그래도 미국인의 엄청난 지지를 등에 업고 정권교체에 성공한 바이든 당선인은 ‘단합’의 기치 아래 코로나19 방역, 경제 회복, 그리고 사회통합을 모두 이뤄낸다는 복안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식에서 꺼내들 화두는 ‘미국의 단합’이다. 론 클레인 바이든 당선인 비서실장 내정자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라를 진전시키고 단합시키며 일을 해내는 메시지”라고 소개했다. 백악관 공보국장 내정자인 케이트 베딩필드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당선인은 지난 4년간의 분열과 증오를 뒤로하고 국가를 위한 긍정적·낙관적인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앞날은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이날까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의 25.2%가 미국에서 발생했다. 누적 확진자는 2400만명, 누적 사망자는 40만명을 훌쩍 넘었다. 지난 연말부터 화이자, 모더나 등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물량 공급 부족 탓에 배송 및 접종 속도가 아주 더디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15일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 출고 정책을 ‘참담한 실패’로 규정했다. 이어 국방물자생산법을 활용해 주사기와 바늘 등 각종 장비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마스크 착용 등에서 정책 실패를 드러내더니 백신 공급에서도 문제를 일으켰다”며 “바이든 차기 행정부로서는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원활한 백신 공급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간 이어지며 미국 경제는 말 그대로 ‘만신창이’가 됐다. 문을 닫는 소상공인이 급증하고 실업률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CNBC방송은 특히 여행 제한으로 직격탄을 맞은 미 항공사들의 지난해 순손실이 350억달러(약 38조원)를 넘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여행 수요 급감으로 미 항공사들의 지난해 부채는 670억달러(약 73조원) 급증한 1720억달러(약 187조원)로 집계됐다. 식당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도 폐업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가을·겨울철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영업을 재개했던 식당 등도 다시 문을 닫으며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상공인이 크게 늘었다.

 

실업수당을 새로 신청한 실직자는 100만명에 육박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 3∼9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96만5000건으로 집계됐다며 지난해 8월 넷째주 이후 가장 많은 수치라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14일 1조9000억달러(약 2082조원) 규모의 감염병 억제 및 경기부양 예산안을 의회에 제안했다. ‘미국 구조 계획’이란 이름을 붙인 예산안을 소개한 뒤 “최우선 순위는 감염병 대유행과 경기침체라는 ‘쌍둥이 위기’와 효과적으로 싸우는 일”이라며 “허비할 시간이 없다”고 다급함을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심판은 바이든 행정부를 출범과 동시에 ‘블랙홀’에 빠뜨릴 수 있다.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을 넘겨받은 상원이 탄핵심판에 집중하면서 행정부 고위공직자 인준이 무기한 연기되는 등 바이든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을 갉아먹을 가능성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 가뜩이나 심각한 상황인 미국의 분열을 더욱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이 “탄핵 추진은 의회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직접적인 입장표명을 삼가고 있다. 다만 상원을 향해 ‘탄핵에만 매몰되지 말고 다른 시급한 국정 현안에도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취지로 주문을 해놓은 상태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