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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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심’ 잡고 반전 노리던 이낙연…사면론 쐐기에 대선가도 ‘덜컹’ [文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李 “대통령 뜻 존중” 표정 관리
광주로 내려가 5·18 묘역 참배
광주·전라 지지세 다잡기 나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당 지도부가 18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여당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곤혹스러운 입장에 직면했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두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친문(친문재인) 성향 지지자를 포함한 당 안팎의 거센 반발을 겪었다.

대선주자로서 사면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당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사실이 부각되며 리더십에 작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이후 이 대표는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한발 물러섰음에도 지지율은 10%까지 추락했다.

이 대표가 청와대 교감에 따라 사면론을 꺼낸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이날 문 대통령이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며 선을 긋자,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 이 대표는 앞서 “총리로 일할 때부터 대통령의 생각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해왔다”며 사면론 언급이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문 대통령이 사면론에 쐐기를 박으면서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의 (사면론) 제안이 ‘자충수’였다는 게 드러난 것 아니겠냐”며 “유불리를 속단하긴 어렵지만 상황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문심(문 대통령의 의중)’을 잡고 반등할 기회를 노렸던 이 대표 측은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도중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고 짧게 말했다. 한 측근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의 말씀은 이 대표와 당 입장과 크게 다른 게 없다. 큰 틀에서는 이 대표의 생각과 일치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 아니냐”면서도 “국민통합의 필요성과 사면을 논할 적절한 시기에 대한 말씀을 좀 더 강조해주셨으면 좋지 않았겠냐는 생각을 했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이날 광주로 내려가 망월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최근 ‘핵심 지지기반’인 광주·전라의 지지세가 흔들리자 텃밭을 다잡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당 차원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 이익공유제’에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 때문에 피해 보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고용 취약계층이 있는 반면, 코로나 상황 속에 기업 성적이 오히려 좋아지고 돈을 더 버는 코로나 승자도 있다”“며 ‘코로나 이익공유제’ 취지에 공감하는 입장을 전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