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김동연 ‘제3지대’ 노리나… “서울시장 이미 거절, 새 판 짜야”

“세력 교체 준하는 변화 있어야” 제3지대 시사
“국민이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기성 정치 비판
“사회 각 분야 인사 힘 합쳐야” 세 규합 나서나
朴정부·文정부 모두 중용…대선 행보 시작?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1월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미래농업을 위한 유쾌한 반란’ 심포지엄에서 강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여권 일각에서 제기됐던 ‘김동연 차출론’에 대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이미 거절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했다”고 밝혔다. 김 전 부총리는 오히려 “세력 교체에 준하는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우리 정치가 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새판짜기’를 시사했다. 이에 일각에선 김 전 부총리가 여도 야도 아닌 ‘제3지대’에 뿌리를 내리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 전 부총리는 18일 페이스북에 “이번에 서울시장 출마 권유와 요청을 여러 곳, 여러 갈래로부터 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번 총선 때보다 강한 요청들이어서 그만큼 고민도 컸다”면서도 “언론에 이런저런 보도가 되기 훨씬 전에 이미 거절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했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는 “여러 사람이 어느 당, 경선에서의 승리, 중도 확장성 등을 이야기했지만 제 고민은 다른 데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제가 부동산, 방역, 민생 등 시민의 삶과 서울시의 살림살이에 대한 대안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 지였다”며 “직(職)이 아니라 업(業)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느냐의 문제다.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고 갈음했다.

 

김 전 부총리는 정쟁의 피해자를 국민으로 규정하며 ‘새판짜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정치가 언제까지 이기기 위한 경쟁에 매몰되어 싸워야 하는지. 국민은 언제까지 지켜보고 참아야 하는지”라며 “선거 때마다 새 인물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방증이기는 하지만, 한두 명 정도의 새 피 수혈이 아니라 세력 교체에 준하는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우리 정치가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우리 정치에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판을 짜는 ‘경장(更張)’이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김 전 부총리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은 여야 양쪽 기득권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를 공략하겠다는 노림수로 읽힌다. 김 전 부총리가 글 말미에 “사회 각 분야에서 유능하고 헌신적인 분들이 힘을 합쳐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뛰어난 우리 국민의 역량을 모을 리더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 또한 제3지대에서의 세력 창출을 암시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공직자로서 김 전 부총리의 경력도 제3지대 공략 가능성을 더한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급인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정치권에선 여야 전반에 발이 넓은 김 전 부총리가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며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를 이어나가려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김 전 부총리는 “많은 시민이 정치와 정책의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적극 참여하는 생산자로 나서야 한다”며 “앞으로도 ‘사회변화의 기여’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