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여당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곤혹스러운 입장에 직면했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두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친문(친문재인) 성향 지지자를 포함한 당 안팎의 거센 반발을 겪었다. 이후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지지율은 10%까지 추락했다. 당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사실이 부각되며 리더십에 작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고 선을 긋자,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 역시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의 (사면론) 제안이 ‘자충수’였다는 게 드러난 것 아니겠냐”며 “상황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문심(문 대통령의 의중)’을 잡고 반등할 기회를 노렸던 이 대표 측은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한 측근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의 말씀은 이 대표와 당 입장과 크게 다른 게 없다. 큰 틀에서는 이 대표의 생각과 일치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 아니냐”면서도 “국민통합의 필요성과 사면을 논할 적절한 시기에 대한 말씀을 좀 더 강조해주셨으면 좋지 않았겠냐는 생각을 했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이날 광주로 내려가 망월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최근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의 지지세가 흔들리자 텃밭을 다잡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참배 후 기자들에게 “대통령님의 뜻을 존중한다. 대통령님의 말씀으로 그 문제는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 차원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 이익공유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 때문에 피해 보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고용 취약계층이 있는 반면, 코로나 상황 속에 기업 성적이 오히려 좋아지고 돈을 더 버는 코로나 승자도 있다”며 ‘코로나 이익공유제’ 취지에 공감하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가 거론됐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러면서 “세력교체에 준하는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우리 정치가 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판을 짜는 ‘경장(更張·고쳐서 확장함)’이 필요하다”고 언급해 차기 대선 직행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