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 음란물과 교복을 입은 여성 사진을 게시한 초등학교 교사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소속 학교로부터 분리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조치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추가 징계가 아닌 행정적 처분이어서 외부로 공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당 교사를 다른 학교로 전근 보내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으나 ‘폭탄 돌리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시교육청은 일베에 음란물을 올린 혐의로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은 서울 시내 모 초등학교 교사 A(29)씨를 소속 학교로부터 분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시교육청은 A씨의 비위 사실을 인지한 후 직위해제시켰지만, 지난해 8월 교육공무원징계위원회가 그에게 견책 처분을 내리면서 A씨는 다시 다니던 학교로 돌아와 교과 전담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A씨를 다른 학교로 전보하거나 휴직을 하도록 하는 방안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담당 교육지원청 및 A씨 소속 학교와 협의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여러 가지 방안 중에서 활용하려고 한다”며 “마지막 수단으로는 학교 말고 다른 데다가 근무 지정을 해서 근무를 시키는 방법도 있다. 그런 것들을 다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A씨를 교육청 등의 다른 기관으로 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세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여성위원장은 “(A씨가) 가급적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면서도 “교육청 산하기관 등에 인력을 보내는 것은 관련 기준이 있다. 이에 관련된 인사이동은 시험이라든가 선발조건에 합당한 신청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임의로 발령낼 수는 없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A씨를 다른 학교로 전근 보낼 경우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일베 음란물 교사’가 다른 학교로 전보가게 되면, 결국 폭탄을 돌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다른 학생들은 무슨 죄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A씨를 담임에서 배제한다고 해도 학생들과의 접촉을 막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학부모들은 A씨가 학교에서 근무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번 조치는 시교육청이 A씨에게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린 데 분노한 학부모들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합당한 조치를 촉구하는 시민청원을 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학부모들은 실제 A씨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분리 조치가 내려지는지 확인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은 A씨에게 이미 견책 처분을 내려 추가 징계를 할 수 없는 탓에 행정적 조치를 하게 됐지만, 외부에 공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측은 “행정적으로 하는 내부 조치이기 때문에 외부로 공표하지 않는다”면서 “본인(A씨)에게만 통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정 처분을 받은 A씨가 시교육청을 상대로 무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 시교육청은 A씨가 추후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는 행정조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 활동가는 “‘스쿨미투’ 가해 교사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 당시, 알 권리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해자 성명을 제외하고는 정보를 공개하라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었다”면서 “그 판결문의 취지를 살려보면, (교육청이) 행정조치라 알려주지 못한다는 건 과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치하는엄마들은 스쿨미투(교내 성폭력 폭로) 가해 교사에 대한 징계 처리 결과 등의 정보를 비공개한 시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시교육청에 △가해 교사 직위해제 여부 △피해자·가해자 분리 여부 △교육청 징계요구 내용 및 처리 결과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시교육청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지난달 11일 서울고법에서 기각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행정적 조치 내용을) 법원에서 공개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공개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봐주기’ 측면이 아니고, 최소한 중립을 유지하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조치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A씨는 ‘하...교복ㅠㅠㅠㅠㅠ’이라는 제목으로 일베에 음란물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달 9일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시교육청은 A씨의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그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고, 세계일보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달 16일 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 A씨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30일간 1만3542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