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가 석유화학물질 운반선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이란 자산 동결을 엄격히 이행했기 때문이라는 일본 매체의 분석이 나왔다.
◆일본, 이란자산 합법결제 길 남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이란의 불만의 창끝이 일본이 아닌 한국을 향한 몇 가지 이유가 부상한다”며 “한국에서의 동결 자산이 일본보다 훨씬 많은 것도 하나”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에서 묶인 이란자산은 15억달러(약 1조6500억원)다.
신문에 따르면 한국은 원유에 더해 초경질원유(콘덴세이트)를 많을 때는 하루 30만배럴 정도 수입한 있는 최대 거래선이다. 석유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이 2018년 석유 거래에 대한 규제를 발동한 뒤 조달을 정지했으나 이 거래 대금이 누적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한국에는 이란 자산 약 70억달러(7조000억원)가 동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단계적으로 제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일본은 국내에 있는 이란자산을 합법적으로 결제에 사용할 수 있는 길을 남겼는데 한국은 출발이 늦은 것 같다고”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에서 이란에 지급하는 원유 대금 규모는 한국보다 큰 것으로 보이지만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에 있는 이란자산은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는 석유와 인도상품의 바터 거래 등으로 금융결제가 개입할 수 없는 무역유지를 모색했다. 신문은 이런 사례를 소개하면서 “상대적으로 이란은 한국의 70억달러를 문제시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금융결제의 길이 끊긴 이란은 수입물자 입수가 곤란해졌으며 그중에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의약품 부족이 심각하다”며 “한국에 반복해서 (의약품) 제공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4일 걸프 해역에서 해양오염을 이유로 한국케미를 나포했다.
◆이란 중앙은행 총재 “한국, 동결자금 해결 의지 보여야”
이란중앙은행CBI) 총재는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서 출금이 동결된 이란 자금 문제에 대해 한국이 정치적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압돌나세르 헴마티 CBI 총재는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당국은 동결자금을 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그들이 이런 약속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헴마티 총재는 “한국 대표단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자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치적 의지가 있다고 언급했지만, 문제는 그들이 미국의 정책과 규제 역시 따르려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란 은행과 금융기구는 미국 재무부의 제재 명단에 올라있다"며 "불행히도 한국 정부는 그 압력에 굴복했고 다른 나라들과 달리 이란과 협력하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파트너들은 우리가 인도주의적 물품을 수입할 수 있도록 방법을찾았지만, 한국 정부는 어떤 신뢰할만한 채널도 제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헴마티 총재는 “한국 은행들은 이란 자금은 원화이고 이를 유로로 바로 환전할 수 없다는 핑계를 들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유럽과 이란의 교역을 전담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V) 인스텍스(INSTEX)를 통해 한국 내 자산을 송금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가능한 옵션이지만, 두 번째 단계”라고 답했다.
헴마티 총재는 “첫 번째 단계는 한국 은행들이 자금을 풀고 이란 은행과 협력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런 정치적 의지를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인스텍스는 실질적으로 거의 쓸모가 없었고 대이란 제재의 영향아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며 “인스텍스는 기대한 것처럼 작동하지 않았다. 유럽국가들이 충분한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 화학 운반선을 나포한 것이 동결 자금 문제와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