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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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새 정부 성공 기원”…19분47초 고별사 자화자찬만 [美 바이든 시대]

의사당 폭동엔 “지지 안 해” 선 그어
임기 마지막 날 측근 73명 사면
영상 고별사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의 텅 빈 브리핑룸 TV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별 연설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는 “새 정부 성공을 기원할 것”이라면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전날인 19일(현지시간) 동영상 고별 연설을 통해 “새 정부 성공을 기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조 바이든 새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끝내 하지 않는 등 앙금을 드러냈다. 그는 퇴임 직전인 20일 오전 예상대로 비리 혐의를 받는 측근 73명을 사면했으나 일각의 ‘셀프 사면’ 우려를 의식한 듯 본인과 가족은 사면 대상에서 뺐다.

 

트럼프는 19분47초 분량 고별사 대부분을 자신의 치적 홍보에 할애했다. 지난 6일 자신의 지지자들이 의회 의사당에서 폭동을 일으킨 데 대해선 “폭력행위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모든 미국인은 우리 의사당에 대한 공격에 몸서리쳤다”며 “정치적 폭력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에 대한 공격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가 미국을 안전하고 번영하게 하는 데 성공하기를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자신의 행보를 암시하는 의미심장한 발언도 했다. 트럼프는 “새 정부에 권력을 넘겨줄 준비를 하면서 우리가 시작한 운동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표현은 워싱턴을 떠나도 현실 정치에 계속 관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 정가에선 트럼트가 ‘미국 우선주의’의 기치 아래 바이든 행정부 때리기를 시도할 것으로 본다. 그가 공화당을 탈당해 제3당을 만든 뒤 2024년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가 임기 마지막 날 단행한 사면 대상 중 핵심은 한때 측근이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거액 후원자인 사업가 엘리엇 브로이디 등이다. 구글의 자율차 관련 프로젝트 책임자였던 앤서니 러밴도우스키, 금융 범죄로 기소된 공화당 전략가 폴 에릭슨, 부패·돈 세탁 등 혐의로 기소된 릭 렌지 전 공화당 의원 등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트럼프 본인과 가족은 빠져 일각에서 우려한 셀프 사면은 결국 현실화하지 않았다. 트럼프 개인 변호사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