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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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자영업 손실보상 “가보지 않은 길…재정여건 고려 검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혁신성장 BIG3추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영업 손실보상 제도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자영업 손실보상 제도화가 해외에 전례가 없다는 당초 기재부 입장에 대해 ‘개혁 저항 세력’이라는 질타까지 이어지자 홍 부총리가 직접 나서 상황을 수습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원고지 13매 분량의 장문의 글을 올리고 자영업 손실보상 제도화 방안에 대해 “가능한 한 도움을 드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썼다. 다만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는데도 글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홍 부총리는 글에서 “영업제한 손실보상에 대한 입법적 제도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미 몇몇 의원님께서 입법초안을 제시한 상태이기도 하여 기재부도 어떠한 형태로든지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내부점검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와 관련해서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정말 짚어볼 내용이 많았다”고 말했다. 앞서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이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가 쉽지 않다”고 선을 그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김 차관 발언을 두고 이틀에 걸쳐 “개혁을 하는 과정엔 항상 반대 세력, 저항 세력이 있다”고 강하게 질타하고 기재부를 콕 찍어 입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홍 부총리는 글에서 “영업제한에 따른 손실을 보상해주는 제도화방법은 무엇인지, 외국의 벤치마킹할 입법사례는 있는지, 누구에게 얼마를 지급하면 되는지, 그 기준은 무엇인지, 소요재원은 어느 정도 되고 감당 가능한지 등을 짚어보는 것은 재정당국으로서 의당 해야 할 소명이 아닐 수 없다”고 썼다. 자영업 손실보상 제도화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부총리는 “당장 모 의원님 제시안대로 할 경우 월 24조원이 소요되어 4개월 지급 시 우리나라 복지예산의 절반 수준인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고도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노래방 등 집합금지 업종은 손실 매출액의 70%, 식당 등 영업제한 업종은 60%, 일반 업종은 50% 범위 내에서 차등 지원하는 ‘코로나 손실보상법’을 발의했다. 민 의원은 지원 기간을 4개월로 가정 시 총 98조8000억원이 소요된다고 밝힌 바 있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홍 부총리는 “재정이 국가적 위기 시 최후의 보루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전제하고, “다만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 상황, 재원여건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정책변수 중 하나라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국가채무가 내년에 1000조원을 넘기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0%를 넘길 거라는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글을 마무리하면서 “국가재정이 제때 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국가재정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쓰여지도록 하는 것 등 나라 곳간지기 역할은 기획재정부의 권리, 권한이 아니라 국민께서 요청하시는 준엄한 의무, 소명이라는 점을 늘 가슴에 새기고 좌표로 삼겠다”고 썼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