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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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정부 부담, 기업에 떠넘겨” 野 “기업·자영업자 갈라치기”

이해당사자·정치권 비판 목소리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플랫폼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화상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가칭 손실보상법, 협력이익공유법, 사회연대기금법 등 이른바 ‘상생연대 3법’을 둘러싼 논란이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해당사자들은 현실성 없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대기업과 플랫폼 기업 등이 상생협력으로 발생한 이익을 협력업체와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협력이익공유법을 놓고 재계는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22일 한 재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어려운 계층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는 공감하지만 이익공유라는 막연한 개념 자체가 기업에서 이윤을 창출한다는 경영원리랑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정부가 공적 차원에서 지원해야지 기업들이 나서서 특수한 상황에서 이익을 배분하라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이익을 낸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나누자는 취지에는 긍정적으로 보이나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러나 그 자체로 제도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법인세 외에 사실상 추가적인 세금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을 뿐 아니라 외국 기업과의 차별 문제 등도 불거질 수 있다”며 “정부가 세액공제 등을 통해 기업이 책임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영업이 제한·금지된 업종 위주로 정부가 일부 손실을 보상하는 영업손실 보상법안에 대해서도 재정적 현실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제도 마련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4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거치면서 104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했고, 올해 약 93조5000억원, 내년에도 100조원 상당의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협력이익공유법’과 관련해 “기업의 이윤을 빼앗는다는 개념보다 참여하면 인센티브 강화를 통해 보전해주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라며 “IMF 때나 금융위기 때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에게 국가가 국민 세금을 지원해서 회생과 회복을 도왔던 사례가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허 대변인은 “이자를 잠깐 유예하고 감면해주는 데 (비용이) 얼마 안 들어가는데 (기업·금융기관들이) ‘팔 비틀기’라고 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도 반박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중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은 어떤 식으로든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상생연대 3법 입법 추진 등으로 기업들을 옥죄는 것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익공유를) 기업의 자율에 맡긴다지만 (사실상) 강제하는 이낙연 대표의 민주당은 열심히 일한 죄를 묻는 민폐정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김재식 부대변인도 “(정부·여당이) 이젠 플랫폼 기업과 자영업자를 이익공유라는 이름으로 갈라치려고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정우·남혜정·김주영 기자, 세종=박영준 기자woo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