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를 받아 사망한 생후 16개월 정인양에 대한 방임과 방조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양부 안모씨가 학대 정황을 방송을 통해 알린 지인들을 향해 “그런 얘기를 왜 안 해줬을까”라며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그알)에서는 첫 재판 전 만난 안씨의 모습이 공개됐다. 안씨는 ‘그알’ 측에 “(상황이) 이렇게 되면 저희 첫째 (아이)는 어떡하느냐”며 “주변 사람들은 왜 (정인이 학대 정황을) 저한테 그런 얘기를 안 해줬을까. 지금은 다 진술하면서”라고 주변인들을 원망했다.
학대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자신이 정인양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는 억울함의 표현으로, 양모 장모씨의 학대 사실을 인지했거나 가담했을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아울러 첫째 아이 양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인양 학대 사건은 지난 2일 ‘그알’의 ‘정인이는 왜 죽었나?’ 편을 통해 방송되며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대국민사과에 나서고, 아동학대범죄 처벌특례법 개정안인 일명 ‘정인이법’이 방송 6일 만에 통과될 만큼 파장이 컸다. 이후 유기와 방임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안씨에 대해서도 살인이나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비판여론이 일었다.
안씨는 장씨가 입양을 적극적으로 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알’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결혼 전부터 아내가 입양 이야기를 하고 적극적이었다. 저희 부모님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저는 사실 한두 번 정도 포기하자고 했는데 아내가 끝까지 그래도 우리 (입양 결정)한 거니까 같이 용기 내서 해보자고 용기를 북돋워 줬다”고 말했다.
다만 지인들은 안씨 주장과 상반되는 주장을 했다. 한 지인은 안씨의 평소 모습에 대해 “(정인이) 아빠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맘때 아이 지능지수가 강아지하고 비슷해서 잘하면 상을 주고 못 하면 벌을 준다’면서 8개월 된 아이가 우니까 안 안아주고 울음을 그쳤을 때 안아주더라”고 말했다. 다른 지인은 “차 안에서 (장씨가) 정인이에게 소리 지르면서 화내는 걸 목격했는데 애한테 영어로 막 소리 지르고 양부는 첫째를 데리고 자리를 피했다”고 했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사망 전날 아이를 데리러 온 안씨에게 정인양의 심각한 몸 상태에 관해 설명했지만, 안씨가 바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미술학원 원장은 정인양 사망 3일 전 안씨가 장씨와 함께 첫째 아이만 데리고 학원 수업에 참여하는 동안 정인양을 챙기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정인이는 입양한 훌륭한 부부라는 찬사를 얻기 소모품이었다”고 진단했다. 김태경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도 “헌신적이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삶을 산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