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을 저온 상태로 보관·이동시키는 물류시스템 ‘콜드 체인(Cold Chain)’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일부 백신들은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해서 각국이 군부대를 동원하는 등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운송 작전을 펼칠 정도다. 이미 접종을 시작한 미국이나 영국에선 유통 과정에서 온도 유지에 실패해 어렵게 구한 백신을 폐기하기도 했다.
24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백신은 적정 보관 온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변질해 약효가 없는 ‘맹물’로 변해버린다. 지난해 9월 국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유통과정에서 일부 백신이 상온에 노출돼 모두 폐기 처분된 바 있다.
우리나라가 계약을 체결한 화이자의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 모더나는 영하 20도 이하,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은 영상 2~8도를 유지해야 한다.
전량 수입되는 화이자 백신은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국내 콜드 체인 시스템에 따라 보급된다. 영하 70도의 특수 보관용기에 담긴 화이자 백신이 공항에 도착하면, ‘코로나19 백신 유통관리체계 구축·운영 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SK바이오사이언스가 냉동·냉장물류센터로 이동시킬 예정이다. 다만 화이자 백신은 유통과정 내내 영하 70도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영하 70도를 유지하면서 유통하면 보관 용기가 파손될 우려가 있다고 한다. 냉동·냉장물류센터로 온 백신은 전국 250곳의 백신접종센터로 옮겨져 국민들에게 접종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생산 즉시 콜드 체인 시스템이 가동된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노바백스 백신은 기존 독감백신 운송 시스템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기본적인 접종 인프라는 잘 돼있지만 코로나19 백신은 일반적인 수준으로 준비하면 안 된다”며 “차질없이 완벽하게 접종할 수 있도록 미리 훈련을 해보고, 국민에게도 언제 어디서 백신을 맞을 수 있는지 자세한 정보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