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정책을 맹비난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환자가 2500만명을 넘어섰지만 백신 접종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반응이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100일 안에 1억명 접종’ 약속은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상 백신 접종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첫 평가 항목이 되고 있다고 미언론은 평가했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은 24일(현지시간) 전 정부에 지역 사회 전체에 대한 백신 배포 계획이 없었다면서 “연방기관 동원 및 주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백신 접종을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렇다 할 만한 백신 배포 계획이 없었다’는 익명 증언이 있었지만 백악관 고위 인사가 이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클레인 비서실장은 이날 NBC방송에서 “요양시설·병원 이외의 지역 사회 전반으로 백신을 배포하는 과정은 우리가 백악관에 들어갔을 때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며 “모든 국민이 보듯 접종 방법은 혼란스럽고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연말까지 2000만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했지만, 목표치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트럼프 정부는 코로나19 주요 발병지인 요양원과 병원 의료진에 대한 접종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 직후 연방시설에서의 마스크 착용과 백신 센터 설립을 위한 주 및 지방정부와의 협력 등 백신 유통·접종과 관련한 조처를 내렸다.
클레인 비서실장은 “전국에 수많은 백신이 배포됐지만 우리는 단지 절반만 접종됐음을 목격했다”며 “백신을 직접 팔에 맞히는 절차는 매우 어렵고, 그것이 우리가 뒤처져 있고 이 행정부가 접종을 늘리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더 많은 백신, 더 많은 접종, 더 많은 접종 장소가 필요하다”며 “(100일간) 1억 도스 접종은 야심 찬 목표이지만 첫 목표이지 종점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비에르 베세라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도 이날 CNN에 출연해 “비행기가 급강하하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끌어 올려야 한다”며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통제 불능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보건총감으로 지명한 비벡 머시는 ABC 인터뷰에서 취임 100일 동안 코로나19 백신을 1억명에 접종하겠다는 목표와 관련해 “(이 목표는) 바닥이지 천장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반영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최대한 많은 미국인에게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게 더 큰 목표임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CBS 인터뷰에서 “우리는 항상 당신이 세운 목표보다 잘하고 싶다. 그건 바닥이지 천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목표를 낮게 설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은 하루에 약 100만명 접종을 기준으로 100일간 어렵지 않게 달성할 목표를 세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 접종 38일 동안 하루 100만회 접종이 가능한 날은 이틀 정도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는 이날까지 2511만여명, 사망자는 41만9000여명으로 집계됐다. 2500만명은 미국 전체 인구 3억2820만명(미 인구조사국 기준)의 7.6%로, 미국인 13명 중 1명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다는 얘기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