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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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홈피도 ‘트럼프 흔적 지우기’… 스페인어 부활

2017년 취임 트럼프, 백악관 스페인어 홈피 없애
백악관 홈페이지 첫 화면. 맨 오른쪽에 스페인어 선택 옵션(빨간 선)이 보인다. 온라인 캡처

 

“미국 백악관에 스페인어 홈페이지가 돌아왔다.”

 

조 바이든 미국 새 대통령 취임 후 지난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을 대상으로 ‘적폐청산’이 한창인 가운데 백악관 홈페이지도 눈에 띄는 변화가 감지됐다. 첫 화면에 스페인어 선택 옵션이 생긴 점이 대표적이다. 백악관의 스페인어 홈페이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사실상 없어졌다가 이번에 정권교체를 계기로 부활했다.

 

25일 백악관 홈페이지 첫 화면을 보면 트럼프 정부 때에는 없었던 선택 옵션이 하나 추가됐다. 행정부(The Administration), 주요 국정과제(Priorities), 코로나19(COVID-19). 브리핑룸(Briefing Room)에 이어 스페인어(Espanol)가 생겨난 것이다.

 

방문자가 스페인어 옵션을 누르면 곧장 스페인어로 된 백악관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스페인어로 백악관을 뜻하는 ‘라카사블랑카’(La Casa Blanca)라는 표제 아래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이력부터 미 행정부가 발표한 주요 정책까지 온갖 정보를 스페인어로 제공한다.

 

백악관의 스페인어 홈페이지는 새로 생겨난 게 아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만 해도 있던 것을 2017년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없애버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선거운동 시절 히스패닉, 흑인 등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취임 후에는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바이든 대통령이 러닝메이트로 택한 해리스 부통령은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이자 여성, 또 아시아계 부통령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 때문에 스페인 정부 및 미국 내 스페인어 구사자, 특히 히스패닉은 백악관의 조치에 실망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히스패닉에 대한 적대감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11·3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바이든 대통령은 히스패닉, 흑인 등 소수 인종과 여성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현직 대통령이던 공화당 트럼프 후보를 누를 수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백악관이 스페인어 홈페이지를 원위치시킨 것은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관심이 무척 크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수 인종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원은 비단 스페인어 사용 권장 같은 언어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나흘간 취해진 조치들을 분석해 ‘그 어떤 현안보다도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이 직면한 불평등 구조를 타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부터 실업수당 확대 및 연장 지급, 세금 혜택 등 거의 모든 정책에서 소수 인종 지원을 최우선으로 삼았다고 NYT는 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