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한복판 도로에서 대만인 유학생의 목숨을 앗아간 음주운전 사고와 관련해 숨진 유학생들의 지인들이 25일 가해운전자에 대한 사법부의 엄벌을 촉구했다.
이날 뉴시스에 따르면 숨진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씨의 지인인 박선규씨 등은 서울중앙지법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주운전은 사람을 죽게 하거나, 다치게 만들어도 상관없다는 고의 가득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어 “판사님이 어떤 판결을 내리는지에 따라 제2의 윤창호, 제2의 쩡이린을 막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로 당시 귀가 중이던 유학생 쩡이린씨가 차에 치여 숨졌다. 쩡이린씨는 초록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A(52)씨가 몰던 차량에 봉변을 당했다.
이후 사고 소식이 대만 현지 언론에도 전달되면서, 쩡이린씨의 부모가 방송에 나와 눈물로 아픔을 호소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누리꾼 약 24만명의 서명을 얻으면서, 송민헌 경찰청 차장이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음주운전이 근절될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답변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박씨 등은 지난해 4월 개정된 ‘윤창호법’의 새 양형기준을 언급하며 “법은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고 규정했는데, 현실은 징역 12년이 최고형”이라며 “양형기준이 아닌 법조문대로 선고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대독한 입장문에서 쩡이린의 부모는 “저희 딸 이린의 죽음이 헛되게 되지 않도록 여러분께 부탁을 드린다”며 “정부, 기관 등에 청원해 음주운전에 대한 더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노력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이날 공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피해자 측 변호인은 “피고인 측이 저를 통해 편지를 보냈지만 피해자 유족분들은 편지도 읽기를 원치 않아 전달하지 못했고, 합의 여지도 없다”며 엄벌을 재판부에 부탁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