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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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인권위가 마지막 희망…정의로운 판단 해달라”

인권위 전원위, 朴 의혹 직권조사 결과 심의
조사 결과 이르면 25일 중으로 발표 예정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원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피해자 측이 인권위에 투명한 진상 규명을 재차 요구했다.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공동행동)은 25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인권 회복을 위해 인권위는 정의로운 권고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선 인권위에 ‘정의로운 판단’을 요청하는 피해자 A씨의 발언도 나왔다.

 

안경옥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가 대독한 글에서 A씨는 “저의 마지막 희망은 인권위의 직권조사 결과 발표”라며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기관으로부터 저의 침해받은 ‘인권’에 대해 확인을 받는 것이 이 혼란 중에 가해지는 잔인한 2차 가해 속에서 피 말라가는 저의 심신을 소생시킬 첫 걸음”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한 사실확인이 아닌, 누군가의 삶을 살리기 위한 사실확인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혼란을 잠재워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A씨는 보다 빨리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저를 지키기 위해서는 (당시) 숨기는 것만이 최선이었다”고 전했다. A씨는 “(서울시) 내부에 저의 작은 신음을 내비칠 때마다 관심을 가져준 사람이 없었고, 그들의 주군을 더욱 보호하는 데 힘썼다”며 “그래서 저는 더 이를 악물고 웃으며 참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약자의 보호와 인권을 강조해오던 그들은 정작 중요한 순간에 본인들의 지위와 그를 통해 누려온 것들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었다”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저를 향한 다양한 공격들도 그간 여성과 인권을 보호한다고 주장했던 박 전 시장과 그 보좌진을 둘러싼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모습을 계속해서 드러내는 행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A씨는 인권위를 향해 “모두가 사실을 사실대로 받아들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고 있을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우리 사회가 다시는 이와 같은 잘못과 상처를 반복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고 박원순 시장의 배너. 연합뉴스

이번 회견 참가자들은 인권위 조사 결과가 사건의 실체를 밝힐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진상 규명을 위한 판단과 권고를 내놓아달라고 주문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인권위의 조사 결과는 본 사건에 대한 사실상 마지막 공적 판단이 된다”면서 “인권위의 제대로 된 조사 결과를 통해 본 사건의 진실이 규명되고, 직장 내 성차별,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들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지난해 7월, 피해자와 피해자지원 단체가 서울시 진상 규명 조사단을 통해서가 아닌 인권위의 진상조사를 통한 규명방식을 택한 것은 인권위에 대한 기본적인 기대와 신뢰를 기반으로 한 결정이었다”면서 “성폭력 사건을 사실이 아닌 일로 둔갑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을 끊어내기 위해 인권위의 직권조사 발표는 공식조사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했다. 

 

공동행동은 인권위가 서울시 내에서 위력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었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짚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인권위 직권조사 요청 당시 직장 내 성폭력·성희롱 피해에 대한 미흡한 피해구제절차,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적극적 조치 이행 여부, 직장 내 성폭력예방교육의무의 이행 여부 등도 조사해달라고 한 상태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성희롱, 성폭력은 성차별의 결과이다. 결과로부터 시작해 과정을 해체하고 원인을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지금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더불어 피해자의 피해를 치유하고 성평등한 일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을 조사해 온 국가인권위원회의 제2차 전원위원회가 열리는 25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기자회견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권위의 조사 결과는 이르면 이날 중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인권위 전원위원회실에서 제2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에 관한 직권조사 결과를 비공개로 심의하고 있다. 이번 전원위에는 박 전 시장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 안건만 상정됐다. 

 

이날 전원위에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과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6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들 간 큰 이견 없이 의결이 이뤄지면 조사 결과는 이날 바로 발표된다.

 

다만 위원들이 조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하거나, 의견이 크게 갈리는 경우 등에는 의결이 미뤄질 수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전원위에서 결론이 나오면 이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8월 직권조사단을 꾸려 피해자와 관계인 조사, 자료 검토, 현장조사 등을 진행해왔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