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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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육사 개교 이래 최초로 부사관이 생도 교육한다

기초군사훈련 등에 투입, 생도 교육
육군총장 상대 국가인권위 진정 속
‘육사 출신이 교육’ 불문율 깨고 변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육군사관학교에 부사관이 배치돼 장교 양성 임무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한 부사관 주임원사들의 국가인권위 제소로 장교와 부사관 간 ‘갈등설’이 불거진 시점이라 부사관의 육사 배치는 주목된다.

 

육사 관계자는 25일 “지난해 8월 17일 육사 생도 훈련부사관으로 최종석(43) 원사가 배치됐다”면서 “육사 변혁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최 원사는 제식훈련 및 개인화기 교관 임무를 비롯, 육사 합격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화랑기초군사훈련 등에 투입, 생도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에 최 원사에 이어 1명의 원사를 추가로 영입해 교육 성과가 나면, 육사 모든 중대(8개)에 1명씩 부사관을 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원사는 2005년 육군 훈련부사관으로 선발된 이래, 육군부사관학교와 수도군단, 특공연대 등에서 실전적 교육훈련을 전담해왔다.

 

부사관 출신 원사가 육사에 배치돼 생도 교육을 담당하기는 1946년 육사 개교 이래 처음이다. ‘육사 생도는 육사 출신이 가르친다’는 불문율에 따라 일부 위탁훈련(공수교육 등)을 제외하고는 부사관이 장교 양성 교육에 참여한 전례가 없었던 탓이다. 사정은 해·공군도 마찬가지다.

 

육사의 폐쇄적 분위기가 바뀐 것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국방장관직에 해군과 공군 출신 장관이 연이어 임명되고, 군 최고직위인 합참의장에 육사 출신이 배제되는 등 이전과 달리 육사 출신에 대한 ‘홀대’ 평가가 나온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20년 3월 5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육사 제76기 졸업·임관식'에서 신임 소위들이 거수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육사 교수 출신 한 예비역 장성은 “군사정권 시절부터 이어진 ‘육사는 군 기득권세력’이란 이미지를 바꿔야 했다”면서 “그런 변화는 생도 시절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생도 교육에 부사관 출신 원사를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육사 생도는 “최 원사에 대한 생도들 반응은 매우 좋다. 교육에 임해서는 교관 역할에 충실하지만 평소에는 생도들을 존중해준다. 그러면서 항상 군인다운 모범을 보여준다”면서 “야전에서 많은 경험을 했으면서도 더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느껴져서 생도들이 본받게 된다”고 평가했다.

 

이에 최 원사는 “리더의 자질과 야전성을 갖춘 정예장교 양성에 일조한다는 자부심이 크다. 앞으로 장교와 부사관의 가교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

 

앞서 육군 주임원사 일부는 지난달 24일 국가인권위에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장교는 부사관에게 반말을 해도 된다’고 말해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제소, 장교와 부사관 간 갈등설이 불거졌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