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8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같은 사안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유죄 판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최 대표는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시절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로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업무방해)로, 조 전 장관 부부는 최 대표에게 받은 아들의 인턴 확인서를 고려대와 연세대 대학원에 제출해 대학원 입시 담당자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말 조 전 장관 딸이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등에서 쌓은 ‘7대 스펙’이 법원에서 모두 허위라는 판결이 나온데 이어 아들의 스펙도 허위라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조 전 장관 일가의 도덕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법원, “1회 평균 12분 정도인 인턴도 있나”
최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조 전 장관 아들의 인턴 경력확인서를 눈여겨봤다. 최 대표가 조 전 장관 아들에게 발급해 준 확인서에는 ‘2017년 1월부터 10월 11일까지 매주 2회 16시간 활동’이라고 기재돼 있다. 재판부는 “여기서 16시간이 9개월 동안의 총 누적합계라고 하면 1회 평균 12분 정도”라며 “사무실 등 어느 곳이든 12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통상 인턴은 기관에 적을 두고 업무 수행을 하는 것”이라며 “변호인은 횟수로 계산하면 (법무법인에 출근한 날이) 약 4~8회라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9개월 동안 매주 2회라는 기재와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에는 법인 직원들의 증언이 영향을 미쳤다. 법무법인의 한 직원은 평일에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출근했지만 조 전 장관의 아들로 추정되는 인물을 본 것은 두 차례뿐이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인턴 목적의 학생은 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최 대표가 정 교수에게 남긴 메시지는 결정타였다. 최 대표는 인턴 경력확인서를 발급할 무렵 정 교수에게 “오랜만에 ○○이(조 전 장관 아들) 목소리 들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법원은 조 전 장관 아들이 법인에서 인턴 활동을 하고 있었다면 보낼 수 없는 메시지라고 봤다. 법원은 최 대표가 정 교수에게 인턴 경력확인서 발급과 관련, “○○이 합격에 도움이 되면 참 좋겠습니다”라고 보내자 정 교수가 “그 서류는 연·고대 위한 것인데 어쩜 좋을지”라고 답한 메시지를 근거로 최 대표의 인턴 경력확인서 발급 행위가 대학원 입시 업무를 방해할 고의 아래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허위 인턴 확인서가 대학원 입시에서 중요한 판단 요소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 아들이) 연세대 필수제출서류인 학업계획서에 청맥에서 일했다고 썼다”며 “학업성적과 영어성적에서 차이가 나지 않으면 인턴 유무가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도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악재 겹친 최강욱… 선거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로도 기소
조 전 장관 부부는 최 대표에게 받은 인턴 확인서를 고려대와 연세대 대학원에 제출해 대학원 입시 담당자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미 재판부가 조 전 장관 아들의 인턴 확인서를 허위라고 판단한 만큼, 같은 혐의를 받는 조 전 장관 부부도 해당 혐의에 대해선 유죄 판단을 받을 확률이 높다.
‘조국 흑서’의 공동 저자인 권경애 변호사는 “최 대표 판결에서 밝힌 입시의 공정성을 해하는 업무방해 혐의가 (조 전 장관 부부 재판에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며 “기초적인 사실관계가 변경되지 않는 한 법리적 판단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유죄 선고를 받은 최 대표의 앞날도 첩첩산중이다. 최 대표는 이날 유죄 판단을 받은 업무방해죄 외에도 2개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최 대표는 조 전 장관 아들의 인턴 확인서를 허위 작성하고도 총선 기간에 사실이 아니라고 허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현재 정식 재판을 준비하기 위한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되고 있다.
전날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해 4월 3일 최 대표가 일명 ‘채널A 사건’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은 글이 가짜라고 판단했다. 당시 최 대표는 “채널A 이동재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눈 딱 감고 유시민에게 돈을 건네줬다고 해라’, ‘유시민의 집과 가족을 털고 (유시민이) 이사장을 맡은 노무현재단도 압수수색한다’고 말했다”고 글을 썼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