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새벽 미얀마 군부의 기습으로 구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은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다. 그가 이끄는 버마민족민주연맹(NLD)은 지난 2015년 총선에 압승하며 반세기 넘게 이어진 군부 지배를 끝냈다. 그는 이듬해부터 미얀마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그는 1945년 영국 치하의 미얀마에서 독립운동을 주도한 아웅산의 딸로 태어났다. 아웅산은 1947년 암살됐지만 수치를 비롯한 유족들은 ‘영웅의 가족’으로 대접받았고, 수치의 어머니 킨치는 중앙 정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1962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수치의 가족은 인도로 건너가 26년 간 외국에 머물게 된다. 사실상 국외 추방이었다. 1964년 영국 유학 중 남편 마이클 에어리스를 만나 두 아들을 뒀다.
그는 어머니의 병 간호를 위해 1988년 4월 귀국했는데, 같은 해 8월 8일 8시 수도 양곤의 대학생과 불교 승려, 시민들이 참여한 8888 반군부 시민항쟁이 벌어진다.
시위대는 국민영웅 아웅산의 딸인 그가 국민의 뜻을 대변해주길 바랐다. 그는 8888 희생자가 안치된 양곤 종합병원 앞에서 민주화 연설을 했고, 이로써 군부와 대척점에 서게 된다.
그는 1989년 가택연금됐지만 다음해 열린 총선에서 그가 결성한 NLD는 82%의 지지를 받아 압승했다. 당황한 군부는 선거를 없던 일로 했고, 그의 가택 연금도 무기 연장된다.
이런 상태에서 그는 1991년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된다. 1995년 가택연금에서 풀리지만 2000년 군부는 그가 여행제한 규정을 위반했다며 다시 집에 가뒀고, 2002년 풀려났지만 이듬해 벌어진 지지지와 정부 간 충돌로 이번에는 교도소에 수감된다.
갇혔다 풀려나길 계속 반복하던 그는 2010년 최종적으로 가택연금이 풀려 정치활동을 재개, 2년 뒤 열린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
2015년에 열린 총선에서는 NLD가 의회 의석의 59%를 차지하며 1962년 군부 쿠데타 이후 53년 만에 민주정부를 구성했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는 2008년 ‘외국 국적 자녀를 둔 국민의 대선 출마를 금지한다’는 조항을 헌법에 넣어 수치의 대선출마를 원천봉쇄놓았기 때문에 그는 이듬해 대선에 출마할 수 없었다. 그가 ‘국가고문’이라는 직함을 달게 된 이유다.
그의 명성은 2017년 벌어진 ‘로힝야족 인종청소’ 사태로 퇴색한다. 미얀마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수십만명이 미얀마군의 탄압에 방글라데시로 강제 이주했는데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그가 이를 사실상 방관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불교 신자가 대부분인 미얀마에서 그는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총선에서 전체 선출 의석 83.2%를 석권하며 ‘문민정부 2기’를 열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