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이후 한반도 안보환경에 대비하려는 군 당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국방부는 ‘국방비전 2050’을 통해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현재의 인력중심 군대를 첨단기술군으로 개편하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육·해·공군 본부가 모여 있는 계룡대도 부산한 모습이다. 육군은 ‘육군비전 2050’, 해군은 ‘해군비전 2045’, 공군은 ‘공군비전 2050’을 내세우며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군 구조 혁신 진행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30년 후 중국·일본 등 주변국의 공세를 저지할 수 있는 전력을 확충하려면 지금부터 미래 발전 계획을 서둘러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사람 빼고 다 바꾼다”… 혁신 속도내는 육군
육군은 2050년을 전환점으로 설정,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했다. 2050년에는 가용 병력이 현재의 절반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존 육군 구조를 30년 후에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2050년 육군은 첨단과학기술이 적용된 무기를 운용하는 전문인력 위주의 병력구조로 전환된다. 장교와 부사관 비율을 높이고 병사 규모는 최소화해 장기복무인력을 전체의 70~80% 수준으로 확대한다. 부족한 병력은 상비 예비군·전투 예비군·지역 예비군 등으로 보충한다. 지휘 구조는 군단·여단·대대로 바뀐다. 오랜 기간 지상전의 핵심이었던 사단이 전투 현장에서 사라지는 셈이다. 미래에는 대대가 전투를 수행한다. 여단은 지휘에 필요한 참모단과 관련 직할부대로 구성된다. 각 부대는 지능형 데이터 통합체계를 갖춘 ‘인공지능(AI) 전투참모’를 사용한다.
육군의 차세대 지상무기는 슈퍼 솔저다. 영화 ‘아이언 맨’을 연상케 하는 슈퍼 솔저는 언제 어디서든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기동력, 적에게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을 지니고 있다. 기존 화약무기를 대체하는 에너지 무기와 극초음속 무기, 피를 흘리지 않고도 적군의 전투의지를 마비시키는 신개념 비살상무기, 자율적으로 공격과 방어를 할 수 있는 무인자율이동체 등도 미래 육군의 무기체계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스마트 네이비’ 선언한 해군
‘해양강국, 대양해군’을 기치로 내건 해군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베링해와 오호츠크해, 말라카해협까지 영향력을 넓히는 ‘스마트 네이비’를 추구하고 있다. 잠재적 위협과 비군사적 문제까지 대응할 수 있는 해군력을 2045년까지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부대구조 개편을 추진한다. 2030년대 전력화될 3만t급 경항공모함과 차기구축함(KDDX) 등을 중심으로 한 기동함대사령부가 창설된다. 기동함대는 해적, 테러 대응과 해상교통로 보호, 국제재난구호 지원 등을 담당한다. 2020년대 도입될 MH-60R 해상작전헬기 등을 운영할 항공사령부도 추가된다. 기동함대사령부와 항공사령부는 기존 잠수함사령부와 함께 신설 조직인 제2해군작전사령부에 배속될 예정이다. 기존 해군작전사령부는 영해 수호 임무를 맡게 되며 1·2·3함대와 훈련단, 정보단을 지휘한다.
미래 신기술을 접목한 전략적 억제능력 강화도 이뤄질 예정이다. 먼바다에서 적 내륙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3000t급 잠수함 외에 기존 잠수함보다 성능이 뛰어난 차기 잠수함이 도입된다. 차기 해상초계기와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 헬기, 의무 헬기, 신형 군수지원함 등이 전력화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지휘통제체계, 해양무인체계 등도 해군의 핵심전력으로 운영된다. 사물인터넷과 가상·증강현실(VR/AR) 기술을 활용한 훈련체계도 구축된다.
◆우주에 주목하는 공군
‘항공우주력’을 강조하는 공군은 2050년 영공 방어와 더불어 우주공간 주도권 장악을 노리고 있다. 하늘과 우주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기존의 공중작전을 확장하면 우주에서도 공군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군 조직과 전력 구조 혁신을 추진한다. 공군의 정찰과 수송 등을 담당하는 공중기동정찰사령부는 감시정찰과 탐색구조, 공중급유 등 기존 임무와 함께 인도적 지원과 재난 대응, 대테러 등이 추가될 예정이다. 임무가 늘어나면 사령부의 지휘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 기동사령부와 정찰사령부로 분리 개편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공중전투사령부는 유사시 공군작전사령부 기능을 대신할 수 있도록 부대구조를 바꾼다.
비행단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토대로 한반도 전구작전 지휘통제가 가능한 스마트 비행단으로 발전한다. 유사시 신속하게 이동하며 임무를 수행할 스마트 유도탄대대, 무인화 기술을 사용하는 무인기반 스마트 관제대대가 만들어진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업무가 늘어난 추세를 고려해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원격 감시통제기능도 확보할 예정이다.
첨단무기체계 도입도 진행한다. F-35A 스텔스 전투기, 한국형전투기(KF-X) 등이 있지만 빠르게 이뤄지는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2050년대에는 F-35A를 뛰어넘는 6세대 전투기가 실전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우주작전도 위성감시 외에 추가적인 작전 소요가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마련하지 않으면 영공방어조차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공군은 스텔스 성능을 갖춘 무인전투기, 항공모함에 탑재할 수 있는 무인기, 고고도 장기체공 무인기 등을 도입해 미래 공중작전에 대비할 방침이다. 군사작전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우주로 보내는 데 필요한 지상 및 공중 발사체와 우주왕복 비행체 개발도 포함됐다.
군 관계자는 “지금 당장 준비를 진행해야 2040년 이후를 대비할 수 있다”며 “각 군이 제시한 지향점과 전력 소요를 국방부가 종합해서 2050년을 전후로 미래의 군 임무수행체계를 정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