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 간 가격 격차가 날이 갈수록 벌어지며 부동산 자산 양극화가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상위 20%(5분위) 주택 가격은 1년 만에 2억원 넘게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한 반면, 하위 20%(1분위) 주택 가격은 5년째 제자리걸음인 탓이다.
3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상위 20% 주택 가격은 평균 10억2761만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9년 1월 5억6356만원이었던 상위 20% 주택 가격은 8년이 2017년 1월이 돼서야 5억9620만원으로 6억원에 근접했다. 이듬해 1월 6억4315만원, 2019년 7억4561만원, 지난해 7억9915만원으로 올랐다. 올해 1월에는 불과 1년 만에 28.6%나 급등하며 10억원대에 진입했다.
반면 하위 20% 주택 가격은 2008년 1월 6708만원에서 2013년 5월 처음으로 1억원대에 진입한 뒤로는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지난달 하위 20% 주택 가격은 3년 전 1억1985만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100만원가량 줄어든 수치다.
이렇게 ‘부동산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하며 지난달 전국 주택의 5분위 배율은 8.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위 20% 주택이 하위 20% 주택 가격의 8.7배라는 의미다.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규제로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이 급증한 만큼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려 앞으로도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 간 가격 격차가 계속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방의 중소도시 집값은 큰 변동이 없지만, 서울 등 수도권은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치솟으며 고액 연봉자조차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랐다”며 “자산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수도권 집값 상승세와 전세난 여파까지 겹쳐 부동산 경매시장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7.5%로,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104.4%)부터 4개월 연속 낙찰가율이 100%를 웃돌며 이제 경매 낙찰가가 인근 시세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서울 성북구 석관동 두산아파트(84.9㎡)는 지난달 25일 진행된 경매에서 감정가(4억7400만원)의 1.8배에 달하는 8억399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해당 단지의 같은 평형대가 최근 8억6700만원(17층)에 팔린 것을 고려하면 경매 낙찰가와 일반 매매가 간 차이가 없어진 셈이다.
지난달 28일에는 경기도 김포시 운양동 풍경마을 래미안 한강 2차(84.98㎡)가 감정가(4억100만원)의 약 1.6배인 6억2425만8900원을 적어낸 응찰자에게 돌아갔다. 비슷한 시기에 거래된 매매가(2억1000만원)보다 높은 낙찰가였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