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방송공사(KBS)가 수신료 인상 계획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된 가운데 지난 10년간 KBS 수신료 수입이 1000억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인가구 등 세대 분화가 가속화하면서 TV 수상기 보유 가구에 전기료와 함께 강제 부과하는 수신료가 덩달아 늘어난 결과다. 인구 추계상 앞으로도 수신료는 20년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직원 절반가량이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수신료 동결로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KBS 논리를 무색하게 한다.
3일 세계일보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지난해 전기료와 함께 낸 수신료는 6790억2400만원에 이른다. 2011년 5778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1011억원가량이 늘어났다. 매년 100억원 이상 증가한 셈이다.
한국전력에 수납·징수를 대행시키는 KBS는 전체 수신료의 약 91%를 가져간다. 지난해의 경우 KBS는 전체 수신료 중 약 6142억원을 챙겼다. 2011년과 비교해 916억원가량 늘어났다.
수신료는 TV가 있는 가구라면 KBS 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내고 있다. 한국전력이 각 가구 전기료에 2500원을 강제로 부과하기 때문이다. 한전은 징수를 대리해 주는 조건으로 약 6.6%의 위탁수수료를 받아간다. KBS와 한전 몫을 뺀 나머지(약 70원)가 교육방송인 EBS에 돌아간다. 가정에서 TV 수상기가 없다고 한전에 얘기하면 현장 실사를 거쳐 확인하고서야 전기료 고지서에서 수신료를 제외해 준다.
KBS는 1981년부터 지금까지 수신료가 2500원으로 동결된 점을 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들고 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매년 100억원씩 증가한 KBS 수신료 수입은 향후 20년간 자동 증가할 전망이다.
수신료는 가구별로 징수하는데, 10년 전부터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전체 가구 수는 계속 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정책을 설명하면서 “작년에 인구가 감소했는데도 61만세대가 늘어났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덩달아 TV 수신료 징수 가구도 2011년 약 1634만 가구에서 지난해 약 1940만가구로 늘었다. 첫 인구 데드크로스(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현상)가 발생한 지난해에도 수신료는 늘었다.
2019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가구 수는 꾸준히 늘어 2040년 2265만1000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2041년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할 전망이다. 2500원으로 수신료가 고정되더라도 KBS 수입은 구조적으로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KBS이사회는 지난달 27일 정기이사회를 열어 월 2500원인 수신료를 384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상정했다. KBS 계획대로 인상하면 수신료 수입은 연간 1조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경제 여건이 악화한 상황에서 KBS 내 억대 연봉자가 전체 직원의 46.4%에 이르고 억대 연봉 무보직자가 1500여명에 달한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비난이 거셌다. KBS 전체 수입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46% 정도다. 여기에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에 “너네가 아무리 뭐라 해도 우리 회사 정년은 보장된다. …불만 있으면 입사하라”는 KBS 직원 글이 올려지면서 여론이 더욱 나빠졌다. 여당도 수신료 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정했다.
박성중 의원은 “가구 수가 늘면서 수신료 수입이 1000억여원 증가했는데도 KBS는 마치 수신료가 하나도 늘지 않은 것처럼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수신료 인상보다 인적 구조조정이나 편파방송에 대한 심의 강화 등 자구책 마련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