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석방을 요구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이 비폭력 평화 시위로 확대되고 있다. 일부 시위 현장에선 경찰이 고무탄을 쏴 부상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선 시위가 이틀째 이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양곤 중심가 술레 파고다에 모인 시위대는 10만명에 달했다”며 “2007년 ‘샤프론 혁명’ 이후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승려들이 군부의 급격한 유가 인상에 항의한 샤프론 혁명은 미얀마의 민주화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신은 “아직까지 양곤 시위는 평화롭다”고 덧붙였다. 시위대는 전날에 이어 평화의 표시로 전경들에게 꽃을 건넸다.
이날 시위는 수도 네피도와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 남동부 몰라민과 미야와디 등지에서도 동시다발로 열렸다. 로이터통신은 “미야와디 일부 시위대가 경찰이 쏜 고무탄을 맞고 다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다만 부상자 인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BBC는 몰라민에서 총성이 들렸지만 다친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항의 시위가 미얀마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시위대 역시 학생에서 노동자, 교수, 의사 등 일반 국민들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시위대는 수치 고문이 이끌었던 전 집권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상징하는 빨간 풍선과 깃발을 들고 행진하며 “우리는 군사독재를 원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원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자동차 운전자는 경적을 울리고 승객들은 수치 고문 사진을 들어 보이며 시위에 동참했다.
친구 10명과 시위에 참여한 22세 미얀마인은 “우리는 쿠데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위는) 우리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거리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처음 나온 30대 초반 여성도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부는 전경과 물대포를 배치하고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시위대를 가로막았다. 또 6일엔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가 7일 오후 차단 조치를 풀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접속은 여전히 막혀 있다.
군부는 수치 고문의 경제자문역인 미얀마개발연구원(MDI) 원장 숀 터넬 호주 매쿼리대 교수도 구금했다. 지난 1일 쿠데타 후 외국인이 구금된 건 처음이다. 호주 외교부는 즉각 미얀마 대사를 초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미얀마 지도자들에게 “민주적 화합을 추구하라”고 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