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美 법무부, 북한 해커 3명 기소… 돈·암호화폐 1조4000억 해킹 혐의

미 검찰 “북한 정권 지시를 받은 광범위하고 오래된 범죄” / 공작원 이름은 박진혁, 전창혁, 김일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은 17일(현지시간) 미 법무부는 전 세계의 은행과 기업에서 13억 달러(약 1조 4천억원) 이상의 현금 및 가상화폐를 빼돌리고 요구한 혐의로 북한 정찰총국 소속 3명의 해커를 기소했다고 전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진혁, 전창혁, 김일이라는 이름을 쓰는 북한의 해커들. 연합뉴스. 미 법무부 제공

 

미국 법무부가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돈과 암호화폐를 빼돌린 혐의로 북한 해커 3명을 기소했다고 AP통신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들은 전 세계 은행과 기업들로부터 13억 달러(한화 약 1조4300억원) 규모의 은행 및 기업 돈·암호화폐를 훔치는 등 광범위한 해킹을 감행한 혐의를 받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12월 제출된 공소장을 확인, 이들의 이름이 박진혁과 전창혁, 김일이라고 전했다.

 

이들 3명 모두 북한 인민군 정보기관인 정찰총국 소속이다. 정찰총국은 북한 해커그룹 ‘라자루스(Lazarus)’와 ‘APT38’ 등을 운용하는 것으로 지목된 곳이다.

 

미 검찰은 이들이 북한 정부의 지시로 정권의 이익을 위해 해킹을 감행했다 보고 있다. 아울러 이들의 가상화폐를 현금화 하는, 이른바 ‘돈 세탁’을 돕기로 한 캐나다계 미국인이 혐의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박씨 일당은 지난 2019년 몰타에서 네트워크를 해킹해 은행 간 거래 가짜 메시지로 자금을 송금했고, 2017년 5월엔 암호화폐 거래소를 해킹해 랜섬웨어 ‘워너크라이(WannaCry)’를 심은 것으로 파악됐다.

 

암호화폐 거래소 공격으로 2017년 슬로베니아 기업으로부터 7500만 달러, 2018년 인도네시아 기업으로부터 2500만 달러, 지난해 8월 뉴욕의 한 은행으로부터 1180만 달러를 빼돌리려 했다. 미 국방부를 비롯해 에너지, 항공우주, 기술업체 등을 대상으로 ‘스피어피싱’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미 로스앤젤레스 검찰과 미 연방수사국(FBI)는 뉴욕 은행에서 해커들이 빼돌린 것으로 알려진 190만 달러의 암호화폐를 압수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았다. 암호화폐 2곳에 보관 중인 돈은 은행에 돌려줄 예정이다.

 

캘리포니아 검찰 당국은 “이들의 범죄 행위는 광범위하고 오래됐으며 그 범위는 매우 충격적”이라며 “보복과 정권 지탱을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국가적인 범죄”라고 말했다.

 

존 디머스 미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들은 총보다는 키보드를 사용하고 현금 자루 대신 암호화폐의 디지털 지갑을 훔친다”며 “세계적인 은행 강도”라고 비난했다.

 

한편 박씨는 지난 2018년 9월 제기된 소니픽처스 사이버 공격 사건에 연루된 혐의도 받는다. 소니픽처스는 2014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암살 시도를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를 제작해 북한의 표적이 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북한 공작원이 재판에 넘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