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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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 돼?”… ‘자사고 취소 위법’ 판결에 학생·학부모는 혼란스럽다

세화고등학교. 연합뉴스

“자사고 열풍이 불고 있는 상황도 아닌데...”.

 

법원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교육당국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 혼란은 커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18일 세화·배재고 학교법인이 서울특별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했다.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고에 이어 이번에 또 서울 2개교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되면서 현재 재판에 계류중인 6개교 판결도 비슷하게 나올 공산이 커졌다.

 

승소 판결에도 자사고들은 시한부 운명이다. 배재고와 세화고 등이 자사고를 유지하는 기한은 2025년까지뿐이다.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2025년 모든 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를 일반고로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물론 자사고들이 헌법재판소에 낸 헌법소원 심판 결과에 따라서는 2025년 이후에도 생명을 이어갈 수는 있다. 수도권 자사고와 국제고 등 24개교는 정부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이 기본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해 둔 상태다.

 

학생과 학부모들로서는 자사고에 가도 되는 것인지, 가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교육 전문가 A씨는 “정부가 자사고에 대해 설립 취지대로 자율성을 살리면서 정상적으로 유지 발전시켜 주려는 것도 아니고, 함부로 없애지도 못하는 형국이니 학부모와 학생들도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 자사고가 학령인구 감소 영향에 재정까지 충분하지 않다보니 국가 지원을 받는 일반 사립고로 전환하고 싶을 것”이라며 “경쟁력 있는 명품학교를 만들어야 살듯 말듯한 현실에서 정부가 억누르니 상황이 여의치 않고, 정부로서도 자사고 발목을 제대로 잡지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돼버렸다”고 평가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자사고 중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곳은 몇 곳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서울의 하나고(하나금융그룹), 세화고(태광그룹), 경기도 용인의 외대부고, 전주 상산고 등이 생존력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A씨는 “일반 재단에서 운영하는 자사고들은 등록금에만 의존해서는 학교 유지도 어려울 것 같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게 나을 듯하다”며 “법원이 자사고 손을 들어주더라도 일부 자사고는 스스로 지쳐 일반고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렇더라도 이번 판결은 정부의 교육정책이 일관성을 잃어서는 안되고 입시 정책에 혼선을 줘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새삼 강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씨는 “고교학점제만 놓고봐도 수능 정책과 같이 가야 하는데 수능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발표가 안됐다. 지금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혼재된 상황에서 고교학점제 도입 후 입시 평가를 어떻게 할지 안 정해졌다는 얘기”라며 “정부 정책의 신중함이나 치밀함이 부족하다. 정부가 어설픈 정책으로 교육 현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희준 기자 july1s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