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34·FC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6·유벤투스)가 ‘축구의 신’으로 불린 것은 단순히 많은 골을 터뜨려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뛰어난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당연히 유럽축구 최대축제인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절정의 순간 항상 둘을 찾을 수 있었다. 2005~2006시즌부터 2018~2019시즌까지 무려 14시즌 동안 메시와 호날두가 속한 팀이 모두 8강 이상 진출했던 것. 지난 시즌 유벤투스가 16강전에서 리옹에 덜미를 잡히며 처음으로 둘 중 하나가 없는 UCL 8강이 만들어졌다. 그것마저도 축구팬들에게는 어색했다.
그런데 올 시즌은 메시와 호날두가 모두 없는 생소한 UCL 8강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유벤투스는 18일 포르투갈 포르투 에스타디우 두 드라가오에서 열린 포르투와의 2020~2021 UCL 16강 1차전에서 1-2로 패했다. 5번의 우승과 역대 최다인 134골까지 온갖 기록을 갖고 있어 ‘UCL의 사나이’라고 불리는 호날두였지만 이날은 상대의 조직적 수비에 말려 힘을 내지 못했다. 오히려 유벤투스 수비가 전반 2분과 후반 1분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후반 37분 페데리코 키에사(24)의 만회골로 2차전 역전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경기력에서도 크게 뒤져 역전 기대감도 줄었다.
하루 전 메시가 이끈 바르셀로나가 파리 생제르맹(PSG)과의 16강 1차전 홈경기에서 1-4로 대패해 충격을 안긴 데 이어 호날두의 유벤투스마저 탈락 위기에 몰리면서 두 축구의 신에게는 충격의 시즌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고 있다. 메시를 앞에 두고 PSG의 신성 킬리안 음바페(23)가 해트트릭을 뽑아내며 주인공이 된 데 이어 이날 열린 또 다른 16강전에서는 엘링 홀란(21)이 세비야를 상대로 멀티골을 터뜨리며 도르트문트의 3-2 역전극을 이끌었다.
홀란과 음바페는 향후 10여년 이상 세계 축구를 이끌 ‘차세대 축구의 신’의 선두주자로 만일 메시와 호날두가 16강에서 퇴장하고, 이들이 치고 올라갈 경우 2020~2021 UCL은 한 시대의 끝을 고하는 대회로 축구 역사에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