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1호 접종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해온 가운데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문 대통령의 ‘1호 접종’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장관은 이날 KBS 방송에 출연해 “고위 공직자가 (백신을) 먼저 접종한다고 하면 공정의 문제, 즉 순서를 지키지 않는 문제 등과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1호 접종자가 누가 될지 묻는 말엔 “요양병원·시설 입소자 혹은 종사자 중 한 분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다만 방역 당국 책임자가 백신을 맞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제든 맞을 각오가 돼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주저하지 않고 맞겠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아직 1호 접종자를 결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정부·여당과 의료계는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백신 접종을 앞두고 해당 법안에 따른 의료계 반발이 코로나19 대응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여권은 파업 등 집단행동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의사협회가 국회의 의료법 개정 논의에 반발해 총파업 가능성까지 표명하면서 많은 국민들께서 우려를 하시도록 만들었다”며 “특정 직역의 이익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만약, 이를 빌미로 불법적인 집단행동이 현실화된다면 정부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적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20일 16개 시·도 의사회장단과의 화상회의를 열고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다면 전국의사 총파업 등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국회의원이 입법권 가지고 보복성 면허강탈법을 만들면 그것이 조폭, 날강도”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의료인으로서 직업윤리에 어긋난 범죄를 저질러 처벌받은 경우 면허를 박탈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른 일반인도 저지르는 잘못으로 처벌을 받았다고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곽은산·권구성 기자 silv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