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에너지로 주변 사람들을 웃음 짓게 했던 저희 아버지처럼 이식받은 환자들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2019년 뇌사로 세상을 떠나면서 장기기증으로 3명의 생명을 살린 고 김혁수씨의 딸 예림(24)씨는 22일 서울 서대문구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사무실에서 열린 ‘D.F(도너패밀리) 장학회’ 장학금 수여식에서 장학생 대표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대학 3학년생으로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그는 “아버지의 나눔을 기억해주시고,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장학금을 통해 제 꿈을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아버지 몫까지 더 열심히 살겠다는 목표로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수여식에서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자녀 10명에게 장학금이 지급됐다. 수여식에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장학생 대표로 김씨 1명만 현장에 나왔고 다른 장학생은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비대면으로 참여했다. 2012년 뇌사 상태에서 장기기증을 하고 떠난 고 추인호씨의 아들 대범씨는 “장기기증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선택 같다”며 “저 역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퍼트리며 살다가 아버지처럼 장기기증을 하고 떠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D.F 장학회는 선정된 장학생들에게 대학생 연 1회 최대 200만원, 고등학생과 중학생 각각 100만원과 4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한다. 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15∼2019년)간 뇌사 장기기증인 2488명 중 30·40대는 874명으로 약 25%에 달했다. 경제적 지원이 절실한 미성년자 자녀를 둔 연령대에서 뇌사 장기기증인이 가장 많았다는 의미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