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은 23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현안점검 회의에 참석했다. 이 회의는 민정수석이 매일 대통령에게 직접 수석실 관련 현안을 보고하는 자리다. 전날 문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하고 업무복귀를 선택한 신 수석이 이튿날 곧바로 문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해 정상 업무를 본 것이다. 신 수석은 전날 문 대통령에게 “사의 파동으로 죄송하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신 수석이 지난 22일 문 대통령에게 거취 일임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직전에 ‘제 일로 심려를 끼쳐드리게 해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신 수석이 전날 복귀한 후 이날 민정수석으로 정상 업무를 수행했지만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반응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도 이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신 수석이 사의를 명확하게 철회했는지, 아니면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을 임기 말까지 계속 데리고 쓰기로 결심했는지가 불투명하다. 일각에서 신 수석이 사의를 철회한 것이 아니고 자신의 거취를 문 대통령의 결심에 일임한 만큼 후임자를 찾을 때까지만 수석직을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신 수석 간 ‘불편한 동거’가 상당 기간 계속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신 수석은 휴가 기간 주변인들에게 박 장관을 평생 볼 일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간 신뢰가 이미 한 차례 깨진 만큼 완전히 봉합되기는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검찰의 정권 관련 수사,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추진, 윤석열 검찰총장 7월 퇴임 이후 추가 인사 등 박 장관과 신 수석이 또다시 충돌할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 스스로도 속내가 편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박 장관과 신 수석 간 갈등 속에 법무부 인사안을 재가한 것은 결국 문 대통령이다. 이에 반발한 신 수석의 사의와 석연찮은 복귀 과정이 공개되면서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만 커지게 된 것이다. 특히 박 장관과 신 수석이 병존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레임덕(정권 말 권력 누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문 대통령인 만큼 적절한 시점이 되면 결국 교통정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신 수석 파문이 일단은 봉합됐기에 문 대통령이 당장 현 상황에 변화를 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봉합 직후의 또 다른 인사 시도나 조정이 있다면 문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대한 의구심을 키울 수 있어서다.
청와대가 이날 검토하던 비서실 개편을 백지화하고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론을 낸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당초 설 연휴 직전 청와대 비서실에 대한 부분적인 조직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비서실 개편과 관련해 일상적으로 필요한 보완과 일부 조정 기능, 기획 기능 강화에 대한 제언을 받고 그 타당성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신 수석의 파동을 의식한 결론일 가능성이 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