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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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심각한데… 새벽에 8·9세 자녀 발가벗고 개화산 내려오게 한 엄마 ‘집유’

지난해 여름, 새벽에 8·9세 자녀들 때리고 야산 중턱에 방치한 혐의 / 친모 A씨와 그의 친구 B씨 모두 집행유예 확정
서울 강서구 개화산에서 바라본 개화동 들녘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여름 초등생 자녀 2명을 폭행하고 나체로 야산에 방치해 재판에 넘겨진 40대 여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4일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 박성규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의 친구 B씨 역시 같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두 사람 모두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6월20일 0시40분쯤 친구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며 늦은 시간까지 잠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화 후 A씨 주거지로 찾아간 B씨는 각각 8, 9세인 피해 아동 중 8세 아동의 어깨 부위를 옷걸이로 때렸다.

 

그리고 옷을 벗은 자녀 2명을 차량에 태워 A씨와 함께 서울 강서구 소재의 한 건물로 데려갔다.

 

A씨와 B씨는 새벽 1시15분쯤  피해 아동들에게 건물 5층까지 나체로 올라가도록 했다.

 

이후 다시 차량에 태워 개화산 중턱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새벽 1시40분까지 나체 상태의 아이들이 맨발로 야산을 내려오도록 지시했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발바닥은 피범벅이 됐다.

 

8세 아동은 엄지발가락 부위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아동학대 범죄는 인근을 지나던 행인의 신고로 발각됐다.

 

엄마 A씨는 “아이들이 평소 말썽을 피워 훈육하려 했다”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들이 피해 아동들에게 신체적, 정서적 학대 행위 등을 한 것으로 범행 내용에 비춰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피고인들이 초범인 데다 범행을 인정,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범행 경위에 대해선 ‘훈육 과정에서 다소 과도한 유형력을 행사한 것’으로 봤다. 

 

검찰과 피고인 모두 항소를 포기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