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짜증이 난다’는 이유로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아기를 반지 낀 손으로 때려 숨지게 한 사건.
열 살짜리 조카를 마구 폭행하고 강제로 욕조물에 집어넣는 이른바 ‘물고문’을 저질러 아이를 숨지게 한 이모 부부.
그리고 아동 관련 커뮤니티를 분노로 달궜던 ‘정인이 사건’까지….
이들 모두 가해자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됐다가 죄명이 ‘살인’으로 바뀌었거나, 현재 검찰이 살인죄 적용을 검토 중인 사건이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음에도, 어른들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아이를 사지로 내몰아 꽃을 꺾듯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이에게, 반드시 중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은 지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과연 어른들이 앞으로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까.
앞으로 아동을 학대한 끝에 숨지게 한 사람에게는 현행법상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 이상이 떨어지는 살인죄보다 더 무거운 ‘아동학대 살해죄’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4일 법안소위를 열고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설해 이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에게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아동학대 행위자가 아동을 살해하면 일반 살인죄보다 중죄로 보고 엄벌을 내린다는 취지다.
법사위는 기존 아동학대 치사죄 등의 형량을 높이기보다, 아동학대 살해죄를 새로 만드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 범죄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 아동 보호와 수사, 공판 단계의 피해 진술권 실현을 위해 국선 변호사 선임을 의무화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출생신고도 되지 않아 친모의 학대로 사망한 인천의 8세 아이가 ‘무명(無名)’으로 서류에 남아 최근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한 사건과 같은 일도 되풀이되지 않을 가능성이 생겼다.
앞서 매체를 통해 공개된 문자메시지에는 매번 돈을 보냈다며 딸의 ‘출생신고’를 간절히 원했던, 이미 고인이 된 아버지의 외침이 담겨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은 혼외 상태에서 아이를 낳으면 원칙적으로 친모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이번 사건처럼 당사자(친모)가 출생신고에 협조하지 않아도 ‘혼외 자식’이라는 이유로 생부는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법안소위에서는 미혼부의 출생신고를 가능하게 하는 이른바 ‘사랑이와 해인이법(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개정안은 친모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생신고에 협조하지 않으면, 가정법원의 확인을 거쳐 아버지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길을 연다.
한편, 법사위는 혼외자의 유전자 검사로 생부가 확인되면 친모와 관계를 따지지 않고 출생신고를 허용하는 제도의 도입도 검토했지만, 친모와 혼인관계에 있는 ‘법적인 아버지’와 실제 친아버지의 법적 지위 충돌 속에 자녀의 위치도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 등을 고려, 추후 다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