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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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고교학점제, 학교 생활 어떻게 달라지나 [뉴스+]

꿈 고민하는 학생에 나침반 역할
교육 초점…경쟁에서 포용으로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 선택

교사들 역시 만족스럽다는 반응
학년 진급 요건은 현행대로 유지
대입제도 개선 계획 없다는 지적도
한 고등학생이 공부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고교학점제가 도입된다. 2025년부터 전국의 모든 고등학생들이 대학생과 마찬가지로 듣고 싶은 과목을 골라 수강하게 된다.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의 진로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물론 최소 학업성취를 담보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26일 교육부에 따르면 고교학점제는 상대적 서열화를 벗어나 학교의 수평적 다양화와 학생 개개인의 성장을 위해 추진된다. 교육의 초점이 경쟁에서 포용으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고교학점제 도입은 학령인구 감소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1970년대 39.1%였던 학령인구가 2030년 11.7%로 낮아지면서 국가 성장잠재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모든 학생의 잠재력과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체제를 구현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혁신의 기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또 디지털 세대의 변화된 학습성향에 효과적인 교육방식은 물론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성과 적극성, 책임감을 지닌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담론 확산과 함께 고교학점제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고교학점제란?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기준에 도달한 과목의 학점을 취득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192학점을 고등학교 졸업 기준으로 설정했다. 1학점을 얻기 위해서는 50분 수업 16회를 수강해야 한다. 고등학생들은 졸업까지 모두 2560시간의 수업을 들어야 졸업이 가능해진다. 

지난 17일 오전 경기도 구리 갈매고등학교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 브리핑을 마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학교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강의 이수는 수업횟수 3분의 2 이상 출석과 학업성취율 40% 이상을 기록해야 완료된다. 법령상 ‘출석일수 기준 충족’ 여부만으로 졸업이 결정됐던 점과 비교하면 학생들이 기초학력 수준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학업성취율이 40% 미만일 경우 I를 받게 된다. I는 미이수(Incomplete)를 의미한다. 고교학점제가 시범 도입된 학교에서는 성취율 40% 미만일 경우 ‘보충학습과정’ 이수 여부를 학생부에 기록한다. 교육부는 최소 성취수준 도달 지도 과목에 대해서는 현장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성적은 성취율에 따라 부여된다. 성취율 90%는 A를, 40% 이상~60% 미만은 E를 받는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돼도 법령상 학년 진급 요건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중학교와의 연계나 대입 등 학년제 운영의 현실적 필요성 등을 고려했다”며 “미국이나 유럽 등 전통적으로 고교학점제를 운영한 국가에서도 학년 개념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경기 구리시 갈매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고교학점제 시범도입 성과는?

 

교육부는 2018년 105개 고교를 시작으로 지난해 732개 고등학교에 학점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학생들이 다양한 수업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조사를 보면 1학년 때 30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이 3학년 땐 41과목을 골랐다. 2년 새 선택과목수가 34% 늘어난 것이다. 서울 불암고 재학생은 “1학년 때 국어교사로 꿈을 정하고 2~3학년에 걸쳐 문학과 독서, 심화국어 같은 과목을 선택해서 수강했다”고 말했다. 전남 중마고 학생은 “컴퓨터 전공을 희망해 물리와 생명과학, 화학2를 선택했다”며 “공동교유과정으로 개설된 고급물리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소개했다.

 

교사들 역시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서울 동일여고 전모 교사는 “담임교사와 교과교사, 진로교사가 협업해 박람회나 상담을 진행했다”며 “아직 진로가 불분명한 1학년 학생들도 과목 선택을 계기로 진로를 고민하게 되는 변화를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고교학점제, 우려되는 점은?

 

문제는 학생을 돌봐줄 교사의 숫자가 부족해 질 것이라는 점이다. 2040년까지 신규 채용해야 할 교사의 규모는 5051명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교학점제 도입 전 추계보다 매년 450여명을 더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원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교육과정, 온라인 과정, 외부 강사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학생 안전·생활지도 문제, 온라인 강의의 효과, 교육의 질 담보 문제 등이 우려된다”며 “교원 수급이 어려운 농어촌 학교 학생들이 소외되고 교육 격차가 심화하지 않도록 세심한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입제도 개선 계획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025년 성취평가제를 모든 선택과목에 확대 도입하겠다는 내신 평가 제도 개선 계획은 있지만, 대입제도 개선 계획이 없다고 평가했다. 대입에 성취평가제가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가 빠졌다는 것이다.

서울 은평구 선정고등학교 3학년 교실. 이재문 기자

또 고교학점제로 인해 대입 수능에 유리한 명문고 진학 선호현상이 나타나고 선행학습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내신이 상대평가에 국한돼 수능에 유리한 명문고 선호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고1 때 내신 관리를 잘 못 한 학생은 2∼3학년 때는 선택과목보다 수능에 집중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