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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中 난색에… 인공강우 정책 표류 위기

文대통령 ‘韓·中 프로젝트’ 지시
中 “어려운 주제”… 실험도 안해
과학계서도 “한반도 효과 없어”
에너지 절감 등 실질 대책 필요
인공강우 실험에 쓰인 기상청 기상항공기.

우리나라로 향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중국과 공조를 추진했던 인공강우 대책이 표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중국과 공동 인공강우 실험을 지시할 정도로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공들여왔지만, 과학계에서 인공강우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데다 중국마저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수습 중인 중국이 지난해 대비 올해 더 많은 양의 미세먼지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가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세계일보가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을 통해 기상청에서 입수한 ‘2020년 한·중 인공강우 전문가 국제세미나 결과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열린 세미나에서 중국은 지난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인공강우 실험을 한 차례도 수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은 올해 인공강우 실험 계획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한반도 미세먼지 유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진징지’(京津冀·베이징, 톈진, 허베이) 등 지역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물론 실험 횟수 등의 대략적인 계획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해 미세먼지 수집 효율이 떨어져 인공강우 실험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인공강우 실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려운 주제이지만 지속적으로 연구 예정”이라고만 말했다. 당장 실험에 나서기보다는 ‘연구’를 더 해보겠다는 형식적인 답에 그친 셈이다.

 

인공강우란 구름 안에 요오드화은과 같은 ‘구름 씨앗’을 뿌려 비나 눈이 오게 하는 기술로, 그간 문재인정부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인공강우를 강조해 왔다. 2019년 3월 문 대통령이 “서해 상공에서 중국과 공동으로 인공강우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4차례 미세먼지 저감 목적의 인공강우 실험을 실시했고, 올해는 6차례로 계획하는 등 실험 횟수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 측이 코로나19를 이유로 협조하지 않으면서 당초 계획한 공동실험이 아닌 단독실험으로 진행할 공산이 크다.

 

과학계에서는 한반도 주변 기상여건상 인공강우 기술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큰 효과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인공강우 기술은 구름이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구름이 거의 없는 고기압 영향력이 강할 때 고농도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공조해야 할 중국 정부까지 소극적이어서 정책의 효과와 실효성 모두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2019년 1월 25일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이륙한 기상항공기가 인공강우 실험을 위해 전북 군산에서 120km 떨어진 서해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김병곤 강릉원주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이론적으로 비를 오게 해서 미세먼지가 많은 쪽에 떨어뜨리는 건 과학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면서 “미세먼지 발생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지, 이미 나온 미세먼지를 인공강우로 줄이겠다는 건 미봉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외부에서 얼마나 국내에 미세먼지가 유입되고, 국내에서 어느 정도 발생하는지 정밀하게 측정해 국제협약 등을 통해 중국의 (저감) 노력을 요구하고, 우리 스스로도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자정작용을 함께 기울여야 미세먼지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경·박유빈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