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이낙연, 대선 출마 위해 9일 당대표직 내려놓는다

'어대낙'으로 불리던 대세론 등에 업고 취임한 이 대표 / 지난 7개월간 리더십 발휘하며 당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 지배적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후 민생탐방지로 찾은 강원도 춘천 중앙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춘천=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오는 9일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

 

지난해 8월29일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로 불리던 대세론을 등에 업고 취임한 이 대표는 지난 7개월간 리더십을 발휘하며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곳곳에서 돌발 악재가 터져 나오면서 시험대에 올랐으나 '위기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큰 탈 없이 파고를 넘었다.

 

야당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휴가 특혜 의혹 공세에 '검찰 수사 우선' 기조로 정면돌파하는 동시에 자당 의원들에게는 야당의 정치공세에 대한 과잉대응을 자제시키며 상황을 수습했다.

 

또한 강도 높은 기강잡기로 당 소속 인사들의 잇단 비위 의혹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윤리감찰단을 신설해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김홍걸 의원을 전격 제명하고,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사태 책임자로 지목된 이상직 의원에 대해서는 고강도 윤리감찰단 조사를 진행해 자진 탈당으로 이어지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여권의 숙원 과제였던 검찰개혁에서 성과를 냈다는 점도 평가받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출범시켰고, 국가정보원법과 경찰청법 등 권력기관 개혁 입법 과제도 처리했다.

 

그러나 실기도 적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다. 대표 취임 후 선명성보다는 "상황을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는 식의 관리형 메시지에 집중하며 '엄중 낙연'이라고까지 불렸던 그는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히며 파장을 일으켰다.

 

사면론을 띄워 정국 주도권을 확보함으로써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나아가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부 국정 동력까지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읽혔다. 그러나 당내 반발이 거세게 일었고,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정리하면서 자충수가 돼버렸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판사 사찰' 의혹을 이유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를 발표하자 '윤석열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야당에 역공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2월 임시국회 4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과 전국민 지급을 함께 논의하자고 했다가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의 공개 반발에 부딪힌 점도 이 대표로선 입맛이 쓴 대목이다.

 

지난해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독보적 1위였던 이 대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추월당한 것도 모자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2중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1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진행한 '2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보면 이 지사가 23.6%(오차범위 ± 1.9%포인트)로 선두를 지켰고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은 15.5%로 동률을 이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대표는 당대표 사퇴 후 곧바로 4·7 재보궐선거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걸린 만큼 선거 결과가 그의 대권 행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에 총력전에 나설 전망이다. 더불어 대권 행보에 앞서 화두로 띄운 신복지 구상 알리기에도 드라이브를 걸며 활동의 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서울·부산시장 결과가 중요하지만 이는 안정적 대권 행보를 위한 기본 조건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가 결정타가 될 수 있다. 다만 서울시장이라도 사수하면 본전은 하는 셈"이라며 "서울시장 선거를 이긴다고 해도 그 결과만 갖고는 이재명 지사를 추격하긴 쉽지 않을 거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는 친문에 안착하면서 역설적으로 자기 목소리가 없어졌다. 친문의 수장이 아니다보니 목소리를 못 내고, 그렇다보니 지지율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라며 "일단 서울시장 선거라도 이긴 다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대권 주자로서 성장하려면 친문의 빛에 반사되는 달이 아니라 태양, 행성이 아니라 항성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