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을 방어하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에 존 아퀼리노 해군 대장이 내정됐다. 아퀼리노 제독은 현재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맡고 있어 한국, 일본 등이 포함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이해가 누구보다 밝다는 평이다. 한국을 북한과 중국으로부터 지키는 주한미군 역시 인도·태평양사령부 휘하에 있다는 점에서 아퀼리노 신임 사령관의 향후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미 국방부는 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단행한 해군 장성급 인사에서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에 아퀼리노 제독이 지명됐다고 밝혔다. 그의 영전에 따라 공석이 된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에는 새뮤얼 패패로 중장이 대장으로 진급해 임명될 예정이다. 미군의 고위 장성은 상원 인준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아퀼리노 신임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1984년 미 아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했다. 항공 병과를 희망한 그는 1986년 전투기 조종사 자격을 획득했다. 미 해군의 주력 기종인 F-14 톰캣과 F-18 호넷을 조종했으며 항공모함 부대에서 주로 활약했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 사담 후세인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이라크 전쟁에 참전하는 등 실전 경험도 풍부한 편이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미군의 여러 통합전투사령부 중에서도 규모와 관할 범위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중국 G2(주요2개국) 간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을 견제하고 그 해양 진출을 억지할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역할이나 비중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입장에서도 아퀼리노 신임 사령관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 주둔한 주한미군, 일본의 주일미군 등이 모두 인도·태평양사령부 지휘 아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퀼리노 신임 사령관은 직전까지 하와이 태평양함대 사령관으로 재직,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정에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2월에는 태평양함대 사령관 자격으로 방한, 우리 해군의 부산 작전사령부 등을 둘러보기도 했다.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 자리는 올해 초까지 한국에 주재했던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 대사가 거쳐간 직위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해리스 전 대사 역시 아퀼리노 신임 사령관처럼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지낸 뒤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으로 영전했었다. 2018년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끝으로 퇴역한 해리스 전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의해 주한 미국 대사로 발탁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