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다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퇴 후 실시된 첫 여론조사에서 직전까지 선두권을 형성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를 따돌리고 ‘의미 있는 지지율’로 불리는 30%선마저 넘어 오차범위 밖 1위에 올랐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언급한 ‘별의 순간’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32.4%의 지지를 얻어 이 지사(24.1%)와 이 대표(14.9%)를 가볍게 제쳤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7.6%)과 정세균 국무총리(2.6%),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2.5%) 등이 뒤를 이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6주 전인 지난 1월22일 실시된 같은 KSOI 여론조사의 14.6%보다 무려 17.8%p 치솟으면서 수직상승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지난달 22∼24일 조사에선 7%까지 내려앉은 적도 있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지지층(67.7%)과 보수성향층(50.9%)에서 특히 높은 지지를 받았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45.4%)과 50대(35.3%), 지역별로는 서울(39.8%)과 대전·세종·충청(37.5%), 대구·경북(35.3%) 등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KSOI 측은 “윤 전 총장이 ‘정치 할 가능성도 있는 검찰총장’에서 ‘예비 정치인’으로 확실히 수용된 것”이라며 “야권 지지자들의 기대가 윤 전 총장에게 쏠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이 지난 4일 사퇴하면서 했던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과반인 56.6%가 공감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KSOI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고하면 된다.
야권에서는 “윤풍(윤석열 바람)이 불어닥쳤다”, “이제 해볼 만하다”는 말이 나오는 등 반색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가 보기에 윤 전 총장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지난 1월 “살아가는 과정에 별의 순간은 한 번밖에 안 온다”면서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윤 전 총장의 결단 시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당장 정계에 뛰어들거나, 공개적인 정치 행보를 보이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윤 전 총장이 여권의 탄압에도 꿋꿋이 밀어붙여 온 정권 비리 관련 수사나 자신의 사퇴 배경에 대한 순수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정계에 입문하더라도 일단 국민의힘과는 거리를 둔 채 ‘제3지대’로 가지 않겠느냔 전망이 많다. 충청을 지역구로 둔 당내 중진이자 ‘윤석열 대망론’을 주창해온 정진석 의원은 연합뉴스에 “윤 전 총장은 국민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탔고, 이제 혼자선 못 내린다”며 그의 정계 진출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