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화상으로 개최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는 21∼22일 일정을 마치고 정상 선언문을 채택하면서 다음과 같은 문구를 넣었다.
“환경, 에너지, 기후를 둘러싼 환경 훼손을 예방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고 지속가능하게 사용하며 회복하고, 해양을 보전하고, 깨끗한 공기와 물을 추구하고, 자연재해와 기상이변에 대응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우리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부터 회복함에 있어서 지구를 보호하고 모두를 위해 보다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미래를 만들 것을 약속한다.”
당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주요 20개국 정상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수장이 처음 한자리에 모인 회의인 만큼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됐는데, 이 회의에서 채택된 공동 선언문에는 ‘코로나19(COVID-19)’가 28번, ‘지속가능’(Sustainable)이 22번, ‘기후(Climate) 대응’이 모두 10번 각각 등장했다. 지속가능과 기후변화로 대표되는 지구촌 환경 이슈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전 세계가 집중해야 하는 가장 주요한 문제임을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4월22일 지구의 날에 기후 정상회의를 열 것”이라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백악관 성명을 통해 기후 정상회의 주최 계획을 공식화했고,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는 관련 브리핑에서 정상회의 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미 행정부의 세부 계획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을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앞서 바이든 정부는 취임 전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기후 대응 및 청정 에너지에 대해 이 같은 청사진을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오는 2050년까지 온실 가스 배출량 ‘넷 제로’(Net Zero·온실 가스 순 배출량 ‘0’으로 탄소 중립을 의미)를 달성하기 위해 10년간 1조7000억달러(약 1906조원)를 투자하는 한편 청정 에너지 100% 확대와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에도 2050년까지 2조달러(약 2243조원), 청정 에너지 연구·개발(R&D)에는 4년간 4000억달러(약 449조원)를 각각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한국 정부 역시 이미 지난해 12월 파리 협정의 이행을 위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TV 생중계 연설을 통해 “탄소 중립 친화적 재정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그린 뉴딜’에 국민의 참여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녹색 금융과 펀드의 활성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상으로 오는 5월30일부터 서울에서 이틀간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P4G를 통해 국제사회의 기후대응 논의를 선도하고, 오는 11월 영국에서 개최될 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COP26)에 참여하는 많은 국가에서 탄소 중립을 선언하도록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파리 협정은 앞서 2015년 12월 열린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본회의에서 195개 당사국이 채택했는데,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 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식 당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6월 탈퇴했던 파리 협정에 재가입했다.
이전 기후변화 체제를 대표했던 교토 의정서가 지난해로 효력이 만료됨에 따라 파리 협정은 신체제로서 올해 1월1일을 공식 발효됐다. 이에 따라 국가별 온실 가스 감축량은 각국이 제출한 목표(NDC)가 그대로 인정되나, 2020년부터 5년마다는 상향 된 목표를 제출해야 한다. 앞서 한국은 그린 뉴딜을 국가정책으로 선포하면서 지난해 12월30일 ‘2030 국가 온실 가스 감축목표’와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했으며, NDC에는 2017년 배출량 7억910만t 대비 24.4%를 감축하겠다는 안을 담았다. 아울러 2025년 이전까지 상향할 것임을 명시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알록 샤마(Alok Sharma) COP26 의장과의 화상회의에서 “한국이 선도적으로 탄소 중립을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작년 9월 국회에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는데, 당시 재적 의원 258명 가운데 252명이 찬성했으며, 모처럼 여야 모두 기후위기 앞에서 압도적으로 한목소리를 냈다. 기후대응이라는 가장 거대한 현실 위기 앞에서 그 누구도 반대 목소리를 낼 수는 없었던 셈이다.
산업계 역시 이 같은 변화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올해 1월부터 탄소 배출권 거래제 3기가 본격 시행돼 이에 대한 산업계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8~20년 2기 배출권 거래제에 의무 참여한 589개 업체에 할당된 온실 가스 배출량이 전체 국가 배출량의 70.2%에 이른다. 산업계의 노력이 한국의 탄소 중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는 수치다. 최근 기업 경영에 필수 불가결한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는 ESG(Environment 환경·Social 사회·Governance 지배구조)를 둘러싼 열풍의 모든 시작은 기후대응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국제사회의 최대 이슈이며, 모든 국가에서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 기업의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5월 발표되는 유엔의 우수사례 선정 및 글로벌 기업 환경인증인 GRP(Guidelines for Reducing Plastic Waste & Sustainable Ocean and Climate Action Acceleration·플라스틱 저감, 지속가능한 해양과 기후환경 대응 인증 및 가이드라인) 역시 이러한 기업의 기후대응 노력 등을 그 핵심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지구환경이라는 이슈를 둘러싸고 국내외 모든 상황이 가리키는 방향은 한 곳이다. 적어도 ESG라는 용어를 쓰는 기업이 이제 기후대응에 소극적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정훈 UN SDGs 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 기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