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의 시즌 막바지가 되면 감독과 선수들은 하나같이 “체력이 한계에 달했다”고 털어놓곤 한다. 5개월 넘도록 이어진 강행군의 결과다. 하지만, 시즌이 끝날 때까지 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모두가 체력을 쥐어짜며 경기에 나선다.
그런데 2020∼2021시즌 V리그 남자부 선수들에게 예정에 없었던 장기 휴식이 주어졌다. 지난달 22일 KB손해보험의 박진우(31)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탓으로 사무국은 안전을 위해 남자부 경기를 2주 동안 중지했다. 이 기간 자가격리 중이던 KB손해보험과 대한항공의 스태프 중 확진자가 나오기도 했지만, 다행히 추가 확산이 없어 11일 삼성화재와 우리카드의 경기를 시작으로 남자부가 재개된다.
코로나19라는 반갑지 않은 이유였지만 어쨌든 그사이 선수들은 체력을 보충하고, 작은 부상들을 털어낼 수 있었다. 시즌 막바지임에도 예년보다 훨씬 좋은 몸 상태로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된 셈이다.
마침 남자부는 현재 역대급 순위싸움 중이다. 2위 우리카드(승점 53)부터 5위 한국전력(승점 49)까지 승점 차가 4에 불과하다. 심지어 1위 대한항공도 승점 58로 2위 그룹과 차이가 크지 않다. 남은 5~6경기 결과에 따라 모든 팀이 ‘봄 배구’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V리그 남자부 경기는 봄 배구 티켓을 건 총력전이 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리그 중단 직전 대체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30)가 본격 가동된 1위 대한항공은 요스바니-정지석(26)-임동혁(22)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위력을 마침내 코트 위에서 펼쳐 보일 수 있게 됐다. 2위 우리카드와 3위 KB손해보험(승점 52)은 팀 공격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공격수 알렉스(30)와 케이타(20)가 체력부담을 덜어내 시즌 초중반의 탄탄했던 전력을 기대해 볼 만하다.
학교폭력 논란으로 핵심 멤버인 송명근(28), 심경섭(30)이 잔여시즌 출장을 하지 못하게 된 4위 OK금융그룹(승점 50)도 휴식기 동안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추스를 수 있었다. 베테랑들을 대신할 차지환(25), 조재성(26), 김웅비(24) 등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신영석(35), 박철우(36) 등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 30대인 한국전력도 체력을 보충해 마지막 역전을 노린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