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에 대해 “우리 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바닥에서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비리행위”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공무원 이해충돌방지법’ 제도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연일 ‘철저 수사’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례적인 행보라는 분석이다.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 상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4·7 재보궐 선거에 미칠 영향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공직자가 아예 오이밭에서 신발을 만지지 않도록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제도까지도 공감대를 넓혀 주기 바란다”며 “이번 사건을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모두발언에서 “공직자들의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입법까지 이번에 나아갈 수 있다면 투기 자체는 봉쇄할 수 있다”며 “공직자가 지위를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일을 막을 수 있고, 투기할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보게 한다면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이번 사건에 흔들리지 않고 2·4 부동산 공급대책을 차질없이 진행해야 한다”며 “국민이 2·4 대책을 신뢰할 수 있도록 후속 입법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존 2·4 부동산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되 2015년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개정 당시 원안에서 빠졌던 공직자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다시 입법화해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다음날인 3일부터 주말을 제외하고, 6일 연속 관련 메시지를 내보냈다. 그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 투기행위를 엄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이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지난 1월 신년사에서 부동산 문제로 대국민 사과를 한 이후 2·4 공급대책을 내놓자마자 투기 의혹이 터진 것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면목이 서지 않을 수밖에 없다. 여권에서는 다음 달 4·7 재보궐 선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김 원내대표는 “당은 정부와 협의해서 공직사회의 투기와 부패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종합적 입법을 서두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종합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해 6월 정부가 발의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이 계류되어 있다. 민주당 이정문·박용진 의원 등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이도형·배민영 기자 scop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