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으로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뒤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받은 윤성여(54)씨가 25억원 규모의 형사보상금을 받게 됐다. 헌법에 명시된 권리이기도 한 형사보상은 억울하게 구금 또는 형의 집행을 받거나 재판을 받느라 비용을 지출한 이에게 국가가 그 손해를 보장해 주는 제도인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하는 국가배상과는 구별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제5형사부(부장판사 김은성)는 지난달 19일 25억1700여만원의 형사보상 청구를 인정하고 지급 결정을 내렸다. 앞서 윤씨 측이 지난 1월25일 법원에 청구한 내용이 그대로 인용됐다.
법원은 “기록에 나타난 구금의 종류 및 기간, 구금 기간에 받은 손실의 정도, 정신상의 고통, 무죄 재판의 실질적 이유가 된 사정 등을 고려하면 청구인에 대한 보상금액은 구금 일수 전부에 대해 법령이 정한 최고액으로 정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형사보상법)은 보상청구 심리를 담당한 재판부가 구금의 종류 및 기간, 구금 중 받은 손실의 정도, 경찰·검찰·법원의 고의 또는 과실의 유무 등 사정을 고려해 금액을 정하도록 했는데, 제5조 1항(시행령 제2조)에서는 그 상한을 최저 일급의 5배로 규정했다. 윤씨의 무죄가 확정된 지난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 최저 일급(8시간 근무 기준)은 6만8720원인 만큼 하루 형사보상 상한은 34만3600원이다. 여기에 구금 일수 7326일(1989년 7월25일∼2009년 8월14일)을 곱해 이번 형사보상금이 책정됐다.
윤씨 측이 지난 5일 확정증명을 함에 따라 법원의 이번 결정이 최종 효력을 갖게 됐다. 다만 실제 지급이 이뤄지기까지 여러 단계의 관련 절차를 따라야 한다.
윤씨 측은 형사보상 외에 당시 수사기관의 불법체포와 감금, 폭행·가혹행위에 대한 위자료와 가족의 정신적 피해보상 등을 요구하는 국가배상도 청구할 계획이다. 그 규모와 대상 법원 등은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씨는 1988년 9월16일 당시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소재 자택에서 잠을 자다 성폭행을 당한 뒤 숨진 박모(당시 13세)양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돼 이듬해 7월25일 검거됐다. 당시 체포와 함께 구금이 시작됐고, 이후 구속돼 89년 10월20일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경찰의 고문에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은 90년 5월8일 내려졌고, 2000년 8월15일 20년형으로 감형돼 2009년 8월14일 출소했다. 결국 이춘재가 진범으로 밝혀진 뒤 재심을 청구해 작년 12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