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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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홍콩 선거법 개정안 가결… 美는 대만해협서 무력 시위

양회 폐막… G2 갈등 고조
홍콩 행정장관 中 맘대로 선출
범민주 세력 사실상 무늬만 남아
전인대선 장기 발전 전략도 의결

美 올해만 대만해협 세번째 통과
미·중 18·19일 고위급 회담 앞둬
리커창 “서로 존중하고 소통해야”
1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앞줄 가운데)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4차 회의가 열리는 모습. 지난 4일 개막한 중국 양회는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4차 회의를 끝으로 폐막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중국이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 원칙 이행을 위해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홍콩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중국이 이를 강행함에 따라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이 자국 ‘앞바다’로 간주하는 대만해협에 구축함을 보내는 등 무력 시위를 벌였다.

 

다만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미·중 고위급 회담이 열릴 예정이어서 G2(주요 2개국) 갈등 해결의 단초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11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13기 4차 전체회의를 열고 ‘홍콩 선거 제도 완비에 관한 결의안’ 초안 등을 의결 처리한 뒤 폐막했다. 전인대 대표 2896명 참여에 찬성 2895명, 기권 1명으로 반대는 1명도 없었다.

 

개편안에는 공직 선거 출마자의 자격을 심사하는 고위급 심의위원회 설치, 홍콩 행정장관 선거인단 1500명으로 확대, 입법회 의원 90명으로 확대 등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홍콩 행정장관에는 중국 공산당이 선호하는 인물이 선출되고, 홍콩 범민주 세력은 사실상 무늬만 남을 것으로 보인다. 친중 체제가 강화돼 허울뿐인 ‘일국양제’가 되는 셈이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중앙)이 지난 4일 라이치콕 교도소에서 법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홍콩 AP=연합뉴스

이번 전인대에서는 미국을 넘어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목표의 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과 2035년 장기 발전 전략 초안도 의결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일 전인대 업무 보고를 통해 올해 6% 이상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는 등 경제 회복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를 통해 내년이면 10년 연임 임기를 모두 채우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초석을 다지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양회 폐막에 맞춰 미 해군 태평양함대는 미사일 구축함 ‘존핀’이 전날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히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미군 함정이 대만해협을 지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친 것은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다.

 

이처럼 G2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오는 18, 19일(현지시간)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이 열릴 예정이어서 이목이 쏠린다.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은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석한다. 미·중 장관급 회담은 바이든 정부 들어선 처음이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인 지난해 6월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치열한 샅바 싸움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첫 회담이 미국 땅에서 열리고, 아시아·유럽의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긴밀히 만나 협의한 뒤에 열린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번 회담은 우리가 깊은 의견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들을 포함해 광범위한 이슈를 다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이날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양국은 충돌하지 않고 대항하지 않으며 상호 존중 및 협력 공영의 원칙으로 양국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중·미 양 국민은 갈등을 대처할 능력과 지혜가 있으며, 서로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화하며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 홍콩과 대만에 대한 위협, 중국의 비공식적인 호주 경제제재, 지식재산권 침해, 기술 이전 강요 등의 이슈를 제기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그렇지만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코로나19 글로벌 확산 대책, 기후변화 대응책 등도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워싱턴=이귀전·국기연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