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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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국정원, 4대강 반대 민간인 불법사찰”

시민단체, 국정원 문건 8건 공개
‘靑 요청’ 표기… 동향·대응법 담겨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한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의혹이 담긴 자료가 공개됐다.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7쪽 분량의 국정원 문건 8건을 공개했다. 문건은 환경단체·농민단체·종교계·학계·법조계·언론계 인사들의 현황과 취약성, 우호 단체를 활용한 대응 방안 등을 담고 있다.

문건 대다수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8∼2010년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건 작성 이유로는 ‘청와대 요청’ 등을 언급하고 있고, 배포처로는 청와대 정무·민정·국정기획·경제·교육문화수석, 대통령실장·국무총리실장 등을 적시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반대 활동 동향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2008년 12월 작성 추정)에는 4대강 반대 주요 단체의 현황이 요약됐다. 문건은 “좌파 종교·환경단체들의 이념적 편향성과 특정 정파 지원활동 등을 은밀히 공개해 비판 여론 조성을 해야 한다”며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좌파 언론을 통한 유언비어 유포’로 규정해 언론중재위에 제소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뉴라이트 등 보수단체들의 측면 지원을 유도해 정부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4대강 사업 찬·반 단체 현황 및 관리방안’, ‘4대강 사업 주요 반대 인물 관리방안’ 등 문건에는 ‘청와대 홍보기획관요청사항’이라는 표기도 있다. 당시 홍보기획관이었던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최근 “해당 문건을 본 적도 없고 그런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활동가·종교인·기자·교수 등 주요 인물 20명을 특정해 다각적으로 회유·압박하는 구체적인 전략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국정원 4대강 사업반대 민간인 사찰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공개된 문건은 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 등이 국정원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얻은 것으로 상당수 내용은 삭제된 상태였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