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16일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합당에 선을 그어온 안 후보가 처음 합당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단일화 여론조사가 임박한 가운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상승세가 심상찮자 보수 표심을 붙잡으려 배수진을 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중도로의 확장성’을 내세워 온 안 후보의 승부수가 단일화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인다.
안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야권 단일후보가 돼 국민의힘과 통합선거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야권 대통합의 실질적인 기반을 다지겠다”면서 “서울시장이 돼 국민의당 당원 동지들의 뜻을 얻어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합만이 살길이고,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폭정을 저지할 수 있다”며 “(합당 후) 3단계로 범야권 대통합을 추진함으로써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반드시 놓겠다”고도 했다.
회견 이후 “단일후보가 되지 못하거나 본선에서 패해도 합당을 추진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안 후보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여러 경우의 수와 조건을 놓고 생각하는 게 아니다”며 “단일후보가 되든, 되지 않든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 승리를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합당 카드를 꺼내 든 배경으론 자신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손잡고 제3지대로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이날 안 후보의 합당 선언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최근 잇따른 여론조사 결과에 초조함을 느낀 안 후보가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해석이 많다. 당장 17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단일화 여론조사를 앞두고 국민의힘 내 자신의 지지층과 오 후보의 본선 경쟁력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이들을 공략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정작 국민의힘 반응은 싸늘했다. 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취재진에게 “내가 입당하라고 할 때는 국민의힘 기호로 당선이 불가능하다고 한 사람인데, 갑자기 무슨 합당이니 이런 말을 하는지…”라고 일갈했다.
김근식 비전전략실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합당은 국민의힘 경선 시작 전에 해야 했다. 당내 ‘원샷 경선’으로 치렀어야 했다”며 “그땐 거부하고 이제 지지도가 빠지니 합당하겠다는 건 속 보이는 계산”이라고 꼬집었다.
경쟁자인 오 후보 측은 “늦었지만 환영한다”면서도 “합당의 시작은 바로 지금, 오늘부터 추진해 달라”며 안 후보 측에 ‘선 입당 후 합당’을 요구했다.
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열린 처음이자 마지막 단일화 TV토론에서도 각자 자신이 보다 경쟁력 있는 후보라고 강조했다. 양측 실무협상단은 이날 협상에서 여론조사 문항 등 막판 조율에 나섰으나 오후 5시 현재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편, 국민의힘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부산에서 첫 중앙선대위 회의를 열고 여당이 선거용으로 밀어붙인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염두에 둔 듯 “저는 우리나라 국민의 높은 수준을 믿는 사람”이라며 “국민들이 쉽사리 속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