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께 큰 허탈감과 실망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LH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 2주 만에 나온 첫 사과다. 문 대통령은 그제 부동산 적폐 청산을 강조한 데 이어 공공기관 개혁 의지를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공공기관 전체가 공직윤리를 확립하는 근본적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공직자들의 부동산 부패를 막는 데서 시작해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부동산 부패의 사슬을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뒤늦은 사과는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여론에 떠밀려 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개혁 화두를 꺼낸 것도 시기적으로 적절한지 의문이다. 땅 투기 의혹은 고구마 덩굴처럼 캐면 캘수록 커진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투기의혹 신고센터에 이틀간 광명·시흥, 세종 등의 땅 투기 의혹 제보가 100여건이나 접수됐을 정도다. 세종시 건설 책임을 맡았던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까지 국가산업단지 인근 부지 868㎡를 매입해 “재직 중 획득한 정보를 활용해 투기를 했다”는 지적을 받으니 말문이 막힌다. 이런데도 경찰 수사는 변죽만 올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일부 LH 직원 휴대전화에서 데이터를 고의로 삭제한 흔적이 발견돼 우려를 낳는다.
땅 투기 발본색원을 위해 수사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때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공공기관 개혁을 밀어붙이는 건 초점을 흐리려는 것 아닌가. 부동산 적폐 청산과 ‘촛불 정신’을 거듭 외치는 것도 현 정권의 잘못을 희석시키고 과거 정권 탓으로 돌리려는 꼼수로 비친다. 지금은 공공기관 개혁보다 공직자의 땅 투기 근절을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때다. 여야 합의로 ‘LH 특검’ 도입과 국회의원 전수조사가 급물살을 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정조사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LH 사태를 계기로 한 공직자 땅 투기 의혹은 재산 형성의 불공정 문제를 건드려 국민의 분노가 폭발 직전이다.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내려앉고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 단일화 후보가 이길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에 민심이 잘 드러나 있다. 민심을 달랠 길이 막막한 정부와 여당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나 보여주기식 쇼를 하는 건 외려 민심 악화를 부추길 뿐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