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평균 20% 가까이 급등하면서 보유세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등 보유세는 물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등 각종 직간접 세금의 산정기준이 되기 때문에 다주택자에게 큰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정부는 이런 다주택자가 내놓는 매물이 늘어 집값이 내려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공시가격은 단숨에 올리면서 종합부동산세 등의 과세 기준이 되는 고가 아파트 기준인 9억원을 그대로 고수하는 정부가 징세 확대를 위해 서민 주리를 튼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전국 평균 19%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2007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정부는 시세 등과의 괴리를 줄이는 현실화 계획에 맞춰 공시가격을 급격히 올리는 중이고, 고가주택·다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은 중저가·1주택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커진다.
또 급등한 세금에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의 매도 마지노선은 4월이다. 새 공시가격에 맞춘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인데, 보통 두 달 정도 걸리는 주택 거래 기간을 고려할 경우 그렇다는 것이다.
시장 분위기는 이때까지 일부 다주택 매물이 출현할 수 있으나 집값 하락을 견인할 정도의 파괴력은 없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지난해부터 이미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이 예고됐기에 보유 주택을 팔거나 자녀 등에게 증여·양도한 다주택자가 급증했다는 게 그 이유 중 하나다. 또 일부는 폭등한 세금을 월세 등으로 전가해 버티기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미 매매나 증여를 통해 정리한 다주택자가 많기 때문에 절세매물이 제법 나올 수 있지만 쏟아질 정도는 아니다”며 “오히려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으로 전세보다 일종의 현금 흐름인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금 부담이 늘어난 1주택자 불만도 커지고 있다. 우선 1가구 1주택 기준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아파트는 올해 52만가구로 지난해 30만가구 대비 22만가구 늘었다. 대부분 서울 아파트다. 아파트값이 뛴 건 정부의 정책 실패 탓이 크다는 게 국민 정서다. 그런데도 정부는 고가주택 기준 현실화는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 6억∼9억원 이하라도 종부세는 안 내도 되지만 공시가격이 많이 올라 그 상승분만큼 세금이 는다. 이들은 이렇게 오른 세금을 ‘증오세’라 부르며 정부를 원망하고 있다. 투기와의 전쟁에서 참패한 정부가 이로 인해 오른 집값에서 분풀이식 세금을 거둬가는 방법으로 주택 소유자를 옥죈다는 것이다.
특히 은퇴 뒤 마지막 재산으로 아파트 한 채 가진 노년 세대의 불만과 불안이 크다. 서울 송파구의 1980년대 후반 준공 아파트에 사는 A(여)씨는 “내 집은 사별한 남편과 결혼해 신혼집으로 들어와 지금까지 평생 산 곳이고, 유일한 부동산”이라며 “오른 세금 때문에 몇푼 안 되는 자식들 용돈과 저축 등을 모두 월세처럼 모아 내거나 아니면 팔고 이사를 해야 하는데, 투기판 기웃거려본 적도 없는 나 같은 선량한 시민이 왜 이런 걱정을 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세종, 공시가 2배 뛴 아파트 수두룩
정부가 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공개하자 세종시에서는 공시가격이 지난해의 2배 수준으로 폭등한 아파트가 속출했다. 소형 평형 위주로 공시가격 상승률이 높았으며,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올해 보유세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16일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 사이트에 따르면 세종시 종촌동 가재마을4단지 74.98㎡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2억500만원에서 올해 4억100만원으로 95.6% 상승했다. 인근 아름동 범지기10단지 84.98㎡는 공시가격이 2억3300만원에서 4억4800만원으로 92.3% 올랐다. 두 주택은 올해 공시가격이 6억원에는 미치지 못해 재산세 감면 대상이지만 내년에도 이와 같은 추세로 오른다면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세종시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이 70.68%를 기록했다.
도담동 도램마을14단지 111.99㎡는 작년 5억5600만원에서 올해 8억9600만원으로 61.2% 올랐다.
도램마을9단지 106.63㎡는 올해 공시가격이 8억4900만원으로 지난해 5억1600만원 대비 64.5% 상승했다. 두 아파트는 올해 공시가격이 워낙 많이 뛰다 보니 지난해 재산세 감면 대상(6억원 이하)이었는데 올해는 가까스로 종합부동산세 부과(9억원 초과)를 면했다.
반곡동 수루배마을1단지 96.92㎡의 공시가격은 4억7500만원에서 7억2400만원으로 52.4% 상승했다.
이에 따른 보유세도 지난해 116만4000원에서 올해 151만3000원으로 30.0% 증가한다. 이 아파트 역시 내년에는 종부세 부과 대상으로 편입될 공산이 크다.
나기천·이우중 기자 na@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