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취임 후 처음이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역대 네 번째다.
박 장관은 17일 대검찰청이 사건 관련자들을 무혐의 처분하는 과정에 비합리적 의사결정이 있었다며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관련자들의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고 지휘했다고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대검의 모든 부장이 참여하는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한 전 총리 재판에서 허위증언을 했다고 지목된 재소자 김모씨의 혐의 여부와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고 지휘한 것이다.
박 장관은 수사지휘 공문에 대검찰청의 무혐의 처분을 언급하면서 “처리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고 적시했다. 구체적으로 △당초 대검이 해당 사건을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로 재배당한 점 △대검이 사건 조사를 맡은 임은정 대검 연구관에게 검사 직무대리 근무명령을 내지 않은 점 △법무부가 임 연구관에게 수사권한을 부여했음에도 대검이 반대 의견을 낸 점 △임 연구관이 기소 계획을 밝힌 뒤 대검이 주책임자를 변경한 점 등을 지적했다.
박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검찰 수사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고려할 때 가급적 자제돼야 한다”면서도 “이 사건은 검찰 직접수사와 관련해 그간의 잘못된 수사 관행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또 대검 부장회의에서 한동수 감찰부장과 허정수 감찰3과장,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에게서 사안 설명을 듣고 의견을 청취하며 충분히 토론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2011년 3월23일자 증언 내용의 허위성 여부, 위증 혐의 유무, 모해 목적 인정 여부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심의 결과를 토대로 오는 22일까지 김씨에 대한 입건 및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고 했다. 또 해당 사건에서 검찰의 위법·부당한 수사 관행이 발견됐다며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감찰을 지시했다.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가 급랭하면서 또다시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주요 갈등 사안 중 하나였다.
한 전 총리는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2015년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이후 지난해 수사팀이 한 전 대표의 구치소 동료 재소자들을 사주해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압박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이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